작년 12월 충남 당진군의 한 은행 점포 앞. 이 지역 건설업체 대표가 당진군수의 친형에게 점포 입구에서 돈 봉투를 건네는 모습이 은행측이 설치한 CCTV에 잡혔다. 돈을 건네받은 군수의 형은 은행으로 들어와 돈을 다시 건설업자에게 송금했다. 명목은 별장 건축대금이었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이권(利權)의 대가로 업자가 군수에게 뇌물로 바친 별장을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는 과정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22일 이처럼 각종 인·허가 및 입찰 편의를 봐준 대가로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당진군수 등 현역 지방자치단체장 4명을 포함해 총 32명의 지역 토착비리 혐의자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단체장은 당진군수와 경북 영양군수, 경기도 군포시장, 전북 모 시장으로, 당진·영양군수는 최근 6·2 지방선거 후보자로 한나라당의 공천이 확정된 상태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진군수는 2005~2008년 관급 공사 7건, 102억원어치를 한 업체에 몰아주고 업체 대표로부터 3억원 상당의 서해 행담도 인근 별장을, 2006년엔 아파트 사업을 부당 승인해주고 다른 업체로부터 3억4000만원짜리 아파트 1채를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8년 사업비 570억원 규모의 군 청사(廳舍) 신축 입찰의 평가위원 명단을 사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감사원은 당진군수가 직업이 없는 처제와 부하 여직원 등을 통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영양군수는 인·허가권을 자신이 주주로 있는 회사를 살찌우는 데 악용하다 적발됐다. 2006년 취임 전 회사 대표이사 명의를 자신의 친구로 바꾼 영양군수는 관급 공사 27건(30억원 상당)을 수의계약으로 이 회사에 몰아준 혐의다. 그는 2007년엔 인·허가 편의 제공을 빌미로 민간업체에까지 압력을 행사해 112억원 상당의 공사를 자신이 주주로 있는 회사가 맡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2월 다른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다 구속된 군포시장은 지역 유지의 청탁을 받고 비리 혐의가 있는 부하 공무원을 부당 승진시킨 혐의가 적발됐다.

시 부동산 업무를 맡은 공무원 J씨는 2003년 주인이 없는 시 소재 부동산 4필지(16억원 상당)를 이 지역 사회단체장 S씨가 취득할 수 있도록 시 명의의 허위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해줬고, 덕분에 S씨는 이 땅을 취득했다. 그 대가로 S씨는 지역선거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빌미로 군포시장에게 J씨의 승진을 청탁했고 시장이 청탁을 들어줬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이 밖에 전북 모 시장이 작년 120억원 규모의 관급 공사를 특정업체에 몰아준 정황을 적발해 검찰에 의혹 규명을 요청하고, 공사가 운영하는 골프장의 사행성 이벤트 사업권을 준 대가로 업자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도자기를 받은 혐의로 한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