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당국자는 22일 춘궁기에 접어든 북한 식량 가격이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북한이 군량미를 풀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 13일 국회에 "화폐개혁 직후 1㎏당 20원대였던 쌀값은 3월 중순 1000원대까지 올랐지만 4월 초에는 500~600원대로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화폐개혁 실패와 춘궁기가 겹치는 4~5월 북한에서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올해도 100만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하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깊숙이 묻어뒀던 군량미까지 꺼낸 걸 보면 김정일도 주민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지원에 연연하지 않고 최대한 버텨보겠다는 것"(조영기 고려대 교수)이란 관측도 있다. 북한은 1995~1998년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었지만 끝내 '2호 창고'(동굴 등에 만든 군량미·피복 창고)를 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90년대처럼 가만 앉아서 굶어 죽을 주민들은 없다"(탈북자)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일부 군량미를 푼 적이 있는데, 이때는 우리가 지원한 쌀을 군량미로 돌리면서 오래 묵은 군량미를 시장에 내다 판 것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북한에 쌀 대신 옥수수를 주려고 했던 것도 옥수수는 보존 기간이 짧아 군량미 전용(轉用)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은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주민들에게 쌀 5㎏, 육류 2~3㎏, 기름 1L 등을 선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심리적 안정을 느끼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은 군대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체제 버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