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 장례위원장 나재봉씨는 순국 장병들의 장례 절차와 관련해 "해군의 아들들에게 가장 큰 게 해군장(葬)"이라며 "(유족들이)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되고 아이들에게 군인답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故) 나현민 일병의 아버지로, 유가족을 대표해 장례 준비를 책임진 나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광장이나 국회의사당에서 장례식을 치르자는 별의별 소리가 있지만 서울광장을 내준다 해도 우리는 사양할 것"이라며 "해군의 조언을 흔쾌히 따르겠다"고 했다.

천안함 가족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주호 준위가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그들은 침몰 8일 만에 실종자 구조와 수색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천안함 함체 절단면 공개를 주장하던 일부 무분별한 여론의 입을 닫게 만든 것도, 함미를 얕은 곳으로 옮기는 데 동의해 선체 인양에 따를지도 모를 위험을 줄일 수 있게 한 것도 천안함 가족들이었다. 자식을 잃은 그들이 내 자식이 어디서 어떻게 변(變)을 당했는지 어서 빨리 알아야겠다는 보통사람의 자연스러운 성정(性情)을 누르고 이런 결단을 내렸는데 누가 군말을 덧붙이겠는가.

지난주엔 8명의 미(未)귀환 장병을 산화자(散華者)로 처리하도록 하면서 이들의 수색도 이제 중단하라고 했다. 마음자리를 바꿔 우리가 내 자식을 잃었다고 생각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아픈 결단인가를 헤아릴 수 있다. 그런 결정을 내린 후 가족들은 파도에 씻겨나간 함체(艦體) 안에서 말없이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의 흔적을 더듬었다.

사실 유가족들이 서울광장에서 장례식을 하겠다고 하면 지금으로선 정부도 국민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나씨를 비롯한 가족 대표들은 "(서울광장에서 장례를 치를 때) 우리의 행렬이 차량만도 100대가 넘을 텐데 그것이 어떻게 보이겠느냐"며 유가족 너머의 분위기에도 신경을 썼다. 그래서 그 모습이 더 아리게 다가온다.

가족들도 처음엔 군(軍)의 구조작업을 답답하고 원망스러워했다. 가족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고 김태석 상사의 형 김태원씨는 "초기에 해군은 함수와 함미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선체를 찾기 위한 함선도 늦게 도착했다"고 지적했다. 해군 장교로 복무했던 김씨는 그러나 구조현장에 가보고 "선체에 연결된 밧줄에 다른 밧줄과 낚싯줄이 엉켜 구조대부터 위험한 상황이어서"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장례위원장 나씨는 "지금 와서 이런저런 거 따지는 것보다 앞으로 근무할 장병들을 위해 예산 더 받아 더 나은 장비를 사들이는 게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씨는 "아들을 군대에 보냈으면 나라의 아들"이라고 했다.

나씨는 "결국 그분(천안함 함장)도 죄인이지만 우리보다 가슴이 아플 것이고 평생 마음의 짐을 덜지 못할 것"이라며 "일부 가족이 거부감이 있어서 만나지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뵙고 (그분의) 짐을 덜어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진해에 신병교육 들어갈 때 따라갔는데 참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어차피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에 가야 하지 않습니까. 편한 데 갈 수도 있겠지만 군대에서 고생 안 하면 사회에서 힘듭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대한민국 평범한 아버지들의 평범한 마음이 다 이렇겠지만 이 말에 가슴에 뭐에 얹힌 듯 답답하거나, 가시에 찔린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나라는 벌써 건강을 잃은 나라다.

천안함 가족 같은 마음 씀씀이의 보통 사람들이 나라를 받쳐주는 덕분에 이 나라가 그래도 제대로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오늘의 사설]
[사설] 군사적 대응도 열어놓아야 외교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