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노트’가 무엇인가? 바다에서는 속도 표시 단위가 왜 육지와 다른가?

천안함 관련 보도를 보면 배나 조류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노트'란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시속 ○㎞ 같은 단위를 쓰지 않고 노트란 단위를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노트의 유래는 무엇이며 마일과 같은 단위와는 어떻게 다르며 왜 바다에서는 해리(海里)나 노트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지 궁금합니다. / 서울 송파구 독자 박선하씨

A: ‘노트’는 한시간에 1해리(1852m)를 움직이는 속도, 해리는 지구 자오선을 360도로 나눈 뒤 다시 60등분한 ‘1분’에 해당하는 거리

손장훈 사회부 기동팀 기자

'노트'(knot)는 선박(船舶)이나 조류(潮流), 바람, 비행기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시속(時速)과 의미상으로는 같습니다. 시속은 물체가 1시간 동안 움직인 거리를 m나 ㎞ 등으로 표시하지만, 노트는 바다 위의 거리를 나타내는 해리(海里)라는 단위를 씁니다. 1해리는 1852m로, 1시간 동안 1해리를 움직인 속도를 1노트라고 합니다.

고대 사람들은 신체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했습니다. 처음엔 팔꿈치에서 중지까지 45㎝ 정도를 1큐빗(cubit)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거리를 잴 수 있게 되면서 위치 표시가 가능해졌고 지도도 만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땅 위에서처럼 거리를 잴 수 없었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형지물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탄 배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의 위치를 이용했습니다. 지구 자오선(북극과 남극을 잇는 선)을 360도로 나누고 1도를 60등분한 것을 1분이라 부르는데, 바다 위에서 바로 1분에 해당하는 거리를 1해리로 정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한 1해리는 1852m에 해당하는 거리입니다.

'노트'는 영어로 '매듭'이라는 뜻으로 배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에서 유래했습니다. 16세기 서양의 선원들은 배의 속도를 재기 위해 매듭 표시가 되어 있는 밧줄에 부표를 달아 던졌습니다. 배는 모래시계의 모래가 밑으로 다 떨어질 때까지 움직입니다. 이때 밧줄이 얼마나 풀렸는지를 보고 배의 속도를 측정했습니다. 풀린 밧줄의 길이는 매듭 수로 쟀습니다. 보통 모래시계가 뒤집어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28초였고, 매듭은 8.5m마다 하나씩 지었다고 합니다.

노트와 해리는 미국영국 등에서 주로 사용하던 단위체계인 '야드 파운드법' 단위입니다. 야드 파운드법은 길이 단위인 야드(yard·1야드는 0.914m)와 무게 단위인 파운드(pound·1파운드는 0.453㎏)를 기준으로 한 단위 체계입니다. 외국에서 거리를 표시하는 단위로 사용하는 마일(mile·1마일은 1.69㎞)은 야드 파운드법의 보조 길이단위로, 로마시대 행군거리를 나타내는 기호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합니다.

18세기를 전후해 국제교역이 활발해지자 나라마다 달랐던 단위 체계 때문에 많은 혼란이 생기자 1790년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단위 체계를 통일하기 위해 '미터법'을 제시했습니다. 미터법은 지구의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를 1000만으로 나눈 거리를 1m로 정한 단위체계로 당시 가장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1875년 세계 각국의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 모여 '국제미터협약'을 제정했고 '미터법'을 만국 공통의 단위체계로 채택했습니다.하지만 해리와 노트는 바다에서 쓰이는 특수한 단위로 인정받아 별도로 쓰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