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이었던 유인원과 현재 인류 사이의 중간 단계로 추정되는 종(species)의 화석이 발견됐다. 생물학자들은 이 발견이 그동안 인간이 유인원에서 진화했다는 진화론의 주장을 입증해줄 이른바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가 나타난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3일 200만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이의 화석이 오는 8일 일반에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화석이 현재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전 단계인 호모 하빌리스(도구쓰는 사람)와 유인원 사이의 중간단계에 속하는 종이라 보고 있다. 진화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동안 인류의 전 단계인 유인원과 호모 하빌리스 사이를 잇는 종이 있을 것이라 추측해왔으나 화석으로 된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 그 추측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자들은 '존재했지만 발견되지 않은' 이 종을 가리켜 '잃어버린 고리'라 불렀다.

이 어린이 화석은 비트바테르스런트(Witwatersrand) 대학의 리 버거 교수 연구팀이 '인류의 요람(Cradle of Humanity)'이라 불리는 남아프리카 지역의 스테크르폰테인(Sterkfontein) 유적의 동굴 탐사 도중 발견한 것이다. '잃어버린 고리'에 속하는 종의 화석은 그 전에도 몇 번 발견됐다. 하지만 온전한 형체를 갖춘 화석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4년 처음으로 호모 하빌리스를 발견했던 이 대학의 필립 토비아스 교수는 이번 발견에 대해 "치아가 2개 마주하고 있거나 팔뼈가 있는 화석을 발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두 개의 치아가 아래 턱에 붙어있고 턱이 두개골에 부착돼있으며 척주(脊柱), 골반, 사지뼈가 함께 나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이 화석의 치아나 구강, 손의 형태 등 신체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를 통해 호모 하빌리스 이전의 인간 종은 어떻게 걸어다녔으며 도구를 사용할 정도로 발달되었는지 여부 등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화론 전문가인 옥스퍼드 대학의 사이먼 언더다운 박사는 “이번 발견은 인류의 조상과 그 진화 과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견은 학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은 직접 이 대학을 방문해 이 화석을 견학했다. 각종 언론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계획 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