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원인에 대한 판단, 46명의 실종자에 대한 구조·수색작업 진행 상황 등을 보고했다. 김 장관의 답변은 네 번의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나온 정부측의 '조율된 종합 입장'으로 해석된다.

① 北 개입 가능성 없다고 한적 없어
"엄청난 폭발에도 火傷은 없어… 내부 아닌 외부 충격 추정"

김 장관은 이날 엄청난 폭발의 충격으로 천안함이 흔들리면서 구조된 장병 상당수가 요추나 경추, 무릎 통증 등을 일으킬 뿐 화염에 의한 화상환자가 없다는 점에서 "외부의 큰 충격이 아닌가 추정한다"며 사실상 '내부원인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배제했다. "엄정한 신상관리, 2중적 탄약고 열쇠관리, 안전순찰제도 등을 고려하면 일부 승조원의 의도적 사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정부나 국방부는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없다고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 두 말을 종합하면 폭발원인은 '외부충격'으로 좁혀지며, 이 외부폭발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장관은 "현재 북한군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며 "이는 불필요한 오해를 안 받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짓을 해놓고 감추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그린 그림판을 들고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② 기뢰로 인한 폭발?
"6·25때 설치된 北기뢰?… '기뢰 테러' 가능성도"

김 장관이 가장 무게중심을 둔 가능성은 '외부 기뢰에 의한 폭발'이다. 특히 6·25 때 설치된 북한군 기뢰가 강한 물살에 남쪽으로 흘러내려와 천안함에 부딪혀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이 6·25전쟁 당시 소련에서 수입한 기뢰가 4000여개에 달하는데, 이 중 3000여개를 동해안과 서해안에 설치했다는 설명이었다. 김 장관은 "비록 많은 기뢰를 제거했다고 하지만 물속에 있는 기뢰를 100% 수거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기뢰가 바다로 흘러내려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1959년과 1984년 북한군의 기뢰가 바다에서 발견됐던 사례도 있다고 김 장관은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60년된 기뢰가 폭발할 가능성이 크냐, 북한이 뭔가 도발하기 위해 (기뢰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많으냐"고 했고, 기뢰공격 가능성을 묻는 이윤성 의원의 질문에 김 장관도 "다른 어떤 방법에 의해 기뢰가 설치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과거 설치된 기뢰가 아닌) 외부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점검하고 있다"며 "초계함에서 접촉성 기뢰 등 조그마한 물체는 사전에 탐지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 군이 설치한 기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됐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서해안에 한국군 기뢰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군에는 전시 때 기뢰를 설치하는 작전 계획이 있긴 하지만 평시에는 설치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군도 1970년대에 북한의 서해 상륙작전에 대비해 백령도 앞바다에 폭뢰를 개량해 육상에서 버튼을 누르면 폭발하는 기뢰를 설치했지만 이후 제거작업을 거쳤다. 김 장관은 "제가 합참의장으로 있던 지난 2008년에 그런 얘기가 있어 두 달간 그 지역을 탐색해 다 수거했다"고 했다.

③ 어뢰 공격?
"초계함 수병은 탐지 못했으나 반잠수정 공격도 염두"

김 장관은 어뢰 공격 가능성에 대해선 "초계함은 어뢰 탐지기능이 있다. 그러나 초계함에서 탐지장치를 운용했던 수병의 증언에 따르면 (폭발 직전) 그런 징후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로부터 "우리가 이를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반잠수정에서는 어뢰 공격도 가능하다. 적정 거리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도 열어놓고 보고 있다. (북한의) 반잠수정에는 2발의 어뢰를 싣고 있다"고 했다.

현재 어뢰 공격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부의 폭발 충격이 내부의 폭발을 유도해 함정이 두 동강 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어뢰라면 이 정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어뢰라면 소음이 매우 크기 때문에 소나(Sonar)실에서 24시간 워치하는데 포착되지 않을 수 없다" 등으로 엇갈린다.

④ 통상항로 이탈?
"사고 해역은 천안함이 15번이나 지나간 지역"

일부 해군 장성 출신 예비역들이 "사고지점은 초계함의 경비구역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항해하지 않는 곳", "고속정이 다니는 항로인데 왜 천안함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천안함이 당시 음파탐지기와 레이더에 나타난 미상의 물체를 관측하기 위해 항로를 바꿔 특수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천안함이 수행 중인 임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사고 해상은 천안함이 15번이나 지나간 지역으로 수심도 (초계함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인) 20m가 넘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국방위에서 "초동 대처가 비교적 완벽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여야 의원들로부터 "침몰 지점에서 50m 내에서만 집중 수색했으면 더 빨리 함미를 찾을 수 있었을 것", "결국 어선에서 함미를 찾은 것 아니냐" 등의 강한 질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