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 엔진 업체인 구글(google)이 자사의 중국 사이트를 홍콩으로 옮기는 형태로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난 1월 초 중국 정부의 구글 중국 사이트에 대한 해킹 사실을 공개하며 중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두 달 만이다. 중국 정부는 구글의 철수에 대해 "검열을 수용하기로 한 당초 약속을 저버린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구글의 최고법률책임자인 데이비드 드러몬드(Drummond) 수석 부사장은 22일(현지시각) 구글 블로그에 올린 성명서에서 "구글 중국사이트 서비스를 홍콩으로 옮겨 검열되지 않은 검색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3일 오전부터 구글 중국 사이트 주소 'google.cn'을 입력하면 구글 홍콩사이트(www. google.com.hk)로 자동 전환되고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 구글(Google) 중국판에 접속한 모습. 중국판 주소인‘google.cn’대신 홍콩판 주소인‘google.com.hk’가 보인다. 구글측은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에 맞서 중국판 구글을 홍콩판으로 우회시켰다.

드러몬드 부사장은 "구글 중국 사이트의 검열 문제를 놓고 중국 정부와 대화했으나, 중국 정부는 검열 문제는 협상이 불가능한 사항임을 분명히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홍콩으로 중국 서비스를 옮기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그러나 중국 사이트를 폐쇄하더라도 연구개발(R&D) 기능과 광고영업 부문 등은 중국 내에 남는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지난 2006년 중국 정부가 요구한 자체 검열을 수용하는 데 동의하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했었다.

중국 정부 신문판공실 인터넷국은 이날 오전 구글이 철수 방침을 밝힌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구글이 중국 시장에 들어올 당시 중국 법률에 따라 유해한 정보를 검열하겠다고 한 서면 약속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신문판공실은 "구글이 중국 법률이 규정한 검열을 중단하고 해킹 책임을 중국 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는 상업적인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하며, 구글의 근거없는 책임 전가에 대해 분개한다"고 말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구글이 철수하든 남든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며 "이를 미중 관계와 중국의 대외 이미지 훼손과 결부시키는 것은 침소봉대이자 과민반응"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사용자가 구글 홍콩 사이트에서 검열되지 않은 내용을 검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자체 검열 시스템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서는 이날 구글 홍콩 사이트 접속은 가능했으나 '파룬궁(法輪功)' 등 민감한 용어의 검색은 여전히 차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