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신문 산업은 종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뉴스를 파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이 신문에서 더 나아가서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새로운 유통 채널로 활용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은 신문 산업의 경쟁자가 아니라, 신문의 뉴스를 유통하는 협력자다.

미국의 철도회사 '암트랙(Amtrak)'의 초기 목표는 "세계 최고의 철도회사가 되자"였다. 그래서 기차 산업의 경쟁자가 되는 항공 산업이 크는 것을 경계해서, 공항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놓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금은 교통 산업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 차지하고 있다. 처음부터 목표를 '철도'에 한정하지 않고, "우리는 승객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최고의 회사가 되겠다"고 했으면 이 회사의 가치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신문사의 목표가 "최고의 신문사가 되겠다"는 것이라면 경쟁자는 다른 신문사들이다. 하지만 신문사가 목표를 "우리는 뉴스와 정보를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심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로 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문사의 경쟁자는 이미 다른 신문사가 아니다. 신문사의 경쟁자는 신문을 대체하거나 신문 볼 시간을 빼앗고 있는 다른 모든 활동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신문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내용이 유통되는 방식, 경로도 그만큼 중요하다. 신문은 그동안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젊은 독자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그들이 원하는 내용과 유통방식을 개발하는 데 한 박자씩 늦었다. 젊은 독자들에게 '아저씨들끼리 만들어서 아저씨들끼리 보는 신문'으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하다. 이제 신문 산업의 정의(定義)가 바뀌어야 할 때다. 수용자가 원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그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단말기를 통해서 전달해야 하는 시대다.

조선일보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다운로드 수를 보면, 제공된 지 일주일 만에 '아이폰'과 '옴니아2'를 합해 6만1500건을 기록했다. '면별보기'를 통해서는 신문의 지면을 그대로 휴대폰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기사 내용을 그 면에서 선택해서 볼 수 있다. 신문 화면 그대로 넘기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신문의 전체 지면을 휴대폰으로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저널리즘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터넷을 통해서 관심 있는 기사만 조각조각 읽고 지나가는 방식은 저널리즘의 역할을 축소시킨다. 이런 뉴스 습득 과정에서는 공(公)적인 사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종이 신문의 중요한 가치는 편집에 있다. 편집을 통해서 어떤 기사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지니는 것인지 볼 수 있다. 그런 과정이 축적되면서 공공 영역에서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면별보기를 통해서 편집을 보는 것은 사회 현안의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을 함께 인식하는 일이다.

지금 미디어산업은 융합이 대세다. 수직적인 융합도 있고 수평적인 융합도 있다. 수직통합에는 유통업체가 콘텐츠 업체로 진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터넷·통신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콘텐츠 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문제는 결국 수익모델이고, 콘텐츠 유료화이다. 공들이고 힘들여 만든 콘텐츠를 인터넷에 거의 공짜로 주던 시절을 넘어서 어떻게 적절한 유료화를 할 것인가가 문제다. 콘텐츠 유료화는 선악(善惡)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市場)의 문제다. 유료화를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콘텐츠라야 시장의 선택을 받는다. 앞으로 '휴대폰 뉴스페이퍼'는 콘텐츠 시장의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물론 독자들이 돈을 지불할 만한 콘텐츠인가 아닌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