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6월29일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한 '제2 연평해전' 당시 북한 도발 가능성이 사전에 보고됐으나 군 수뇌부가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대북 감청부대(5679부대)장을 지낸 한철용(64) 예비역 소장은 월간조선 4월호와의 인터뷰에서 해전 발발 직전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6월 13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결정적 징후’를 보고했는데도 정보본부에선 장관 등 수뇌부 지시로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10월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그는 증언 다음날 부대장 직위에서 보직해임되고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 달 31일에는 강제 전역됐다.

그는 “2002년 6월13일 NLL(북방한계선) 상에서 북한군이 우리 해군함정을 표적으로 삼아 ‘발포’란 도발용어를 언급한 기지 첩보를 전해듣고 깜짝 놀랐다”며 “20년 넘게 정보분야에 종사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우리 해군함정을 향해 ‘발포’라는 도발용어를 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5679부대는 도발 임박 첩보를 즉각 관련부대와 정보본부에 전파했다. 북한 8전대사령부와 북한 경비정간의 교신 내용도 요약·정리해 정보본부에 보고했다. 보고서 말미엔 ‘의도적 침범’을 부대의 ‘부대의견’으로 달았다. 한 장군은 “그들은 핵심내용인 ‘발포’라는 도발용어를 포함한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 14자를 경비정에 하달했다”며 “이는 북한군 상부가 결심하면 언제든 시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하부대에 하달한 국방부 ‘블랙북(주요 부대에 배포되는 북한 첩보관련 일일 보고서)’에는 한 장군 부대가 보고한 ‘SI 14자’가 빠져 있었다. 한 장군은 “정보의 실체적 사실(fact)이 없는 정보, 즉 ‘SI 14자’가 삭제된 정보는 이미 정보가 아니다”라며 “5679부대가 분석평가해 부대의견 ‘의도적 침범’으로 올린 3개항도 모두 빠지고 대신 국방부가 평가한 ‘단순침범’이 들어가는 바람에 5679부대는 ‘양치기 소년’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6월13일 ‘발포’ 관련 SI를 감청한 지 보름이 지난 6월27일. 한철용 5679부대장은 북한이 우리 해군 함정을 표적으로 삼아 또 ‘발포(fire)’란 용어를 3차례나 언급한 2건의 첩보를 받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4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