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이 깨졌다. 축구 선수들의 발은 으레 굳은살이 박힌 발등과 울퉁불퉁한 발톱이 트레이드마크일 것으로 연상했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의 맨발은 순수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7호 이청용(22ㆍ볼턴)이 8일(한국시각) 축구 선수의 생명인 맨발을 최초로 공개했다. 최다 공격포인트(5골-7도움)와 최다 연속 경기 출전(19경기) 등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역사를 새롭게 작성하고 있는 그의 발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축구 선수의 발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지극히 말끔했다.
굳은살은 물론 잡티 하나 없었다. 발톱 또한 상처에서 자유로웠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와 만난 후 11년이 흘렀지만 단 한 차례도 발에 큰 흠집이 없었다고 한다.
물론 특색은 있었다. 그의 발은 섬세했다. 축구 스타일이 그대로 투영된 듯 했다.
이청용은 거칠게 부딪치기 보다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유린한다. 특유의 발재간을 앞세운 기술 축구가 주무기다. 섬세한 발을 보면 축구선수로 타고난 것 같다.
그럼 이청용은 자신에 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발이 너무 깨끗하다'는 말에 놀라는 눈치였지만 만족해 했다. 그는 "축구 선수라고 해서 발이 다 상처투성이인 것은 아니다. 나보다 더 예쁜 선수도 있다. 물론 발톱이 검게 변한 선수들도 꽤 있다"며 "내 경우 다리에는 흉터가 많은데 발은 깨끗한 편이다. 축구를 하다 크게 발을 밟혔던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이청용의 발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 박지성(29ㆍ맨유)의 맨발과 비교해도 천양지차다. 5년 전 공개된 '산소탱크'의 발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발은 상처투성이에 여기저기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엄지발가락은 바닥이 좁은 축구화를 오래 신은 탓에 다른 발가락들보다 치켜 올라갔다. 게다가 평발에도 빅리거 진출을 이룩한데 대해 찬사가 쏟아졌다.
초등학교 시절 맨발로 축구를 즐긴 박주영(25ㆍAS모나코)도 마찬가지다. 그의 발은 박지성과 흡사하다. 오른발등은 낙타등처럼 불룩 솟아있다. 발톱은 거북등을 보는 것 같다.
'나이 40을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청용은 물론 박지성 박주영 등도 맨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들의 발은 한국 축구의 보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