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8일 "세종시 문제가 지금처럼 아무런 결론을 못 내리고 계속 흐지부지하면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절차적으로 추진할 것이고 세종시 수정안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대체로 이 발언을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투표를 염두에 둔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여권(與圈)이 세종시 문제를 들고 나온 지 6개월 가까이 됐다. 그러나 여태 여당의 당론조차 정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 동안 세종시 문제를 다루는 의원총회를 가졌으나 주류와 친박 간의 감정 섞인 공방을 거듭했을 뿐 당론을 모을 길을 뚫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의총에 이어 주류와 친박측 중진(重鎭)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세종시 해법을 찾아본다고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중진협의체가 정치적 타결을 이끌어내리라곤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여당의 당론으로 채택되지도 못하고 있고, 이 상황에서 국회로 넘겨봐야 친박과 야당이 힘을 합하면 국회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 절차도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의 언급은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걸어서라도 풀어보려는 고민 끝의 결정인 듯하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학계와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여당의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한 안건을 국민투표로 가져가는 것이 법적 절차를 따지기 전에 정치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도 당연히 따르게 될 것이다.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에 부쳐질 경우 여야 또는 여당 내부의 정치적 공방을 거치며 정부의 본래 뜻과 관련없이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정권에 대한 정치적 신임투표로 성격이 바뀌게 될 것이다.

여당이 이제 세종시 논의에 들어간 지 일주일 만에 청와대가 '대통령의 중대 결단' 이야기를 꺼내면서, 세종시 국민투표에 따를 이런 복잡다단한 정치적·법적 문제를 충분히 뜯어보고 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고 진영 논리에 얽매여 서로 발목을 붙드는 한나라당 내부를 향한 정치적 충격 조처로 한번 비치고 다시 집어넣을 생각으로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면 신중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