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가 26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딴 금메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가 건 금메달은 순금이 아니다. 92.5% 이상의 은에 6g 이상의 금으로 도금한 것이다. 실제 가격은 500달러(약 58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김연아 금메달'의 경제적 효과는 수천억~수조원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김연아의 금메달로 그를 모델로 삼은 기업들은 제품 판매와 브랜드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게 됐고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도 크게 상승하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이 받은 '희망'과 '자긍심'까지 감안하면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뛸 것이다.

김연아, '걸어 다니는 1인 기업'

김연아는 이미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을 휩쓸며 '걸어 다니는 1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그가 광고하는 브랜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LG생활건강, 매일유업, 홈플러스, 나이키, 코오롱 쿠아 등. 여기에 스무디 킹이나 CJ 푸드빌 뚜레쥬르 등 초상권이나 네이밍 라이선스(제품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까지 합하면 수십개 업체가 김연아 마케팅을 하고 있다.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김연아의 지난해 수익은 약 765만달러(88억원)였지만 업계에선 지난해 100억원 정도 벌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 그가 벌어들일 수익은 훨씬 더 많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김연아의 광고 모델료는 1년에 7억~8억원 선. 이름만 빌려주는 값도 1년에 2억~3억원 정도다. 하지만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올 초 몸값이 12억~15억원으로 2배 뛰었다. 재계약을 최종 논의 중인 매일유업은 15억원 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애·김태희를 뛰어넘는 국내 최고 대우다.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김연아가 확고한 글로벌 브랜드로 뜨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밴쿠버 전에도 김연아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김연아를 모델로 쓰려는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경제효과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김연아는 국내에선 이미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완판녀(완전히 매진시킨다는 뜻)'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삼성전자 하우젠은 김연아의 '씽씽댄스' 광고 이후 에어컨 매출이 290%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라끄베르'도 김연아를 모델로 발탁하고 매출이 31% 뛰었고, 일명 '연아 메이크업'으로 선보인 색조 제품류는 전년 대비 370%나 성장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인터넷쇼핑몰은 김연아 관련 상품 매출이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 중 10~20% 정도 늘면서 직접적인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런 직접적인 매출 신장 효과보다 한국의 기업과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김연아의 금메달로 인한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1% 높아지면 12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하는데, 김연아 금메달로 국가 브랜드가 0.5% 상승했다고 본 것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은 2009년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2280억원 경제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었다. 올림픽 금메달은 그보다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예술성이 중요한 피겨 스케이팅은 어떤 종목보다도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다"며 "김연아의 금메달은 한국의 기업과 국가 브랜드를 프리미엄급으로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