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빙상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이승훈(22)은 아시아인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에 이어 은·동메달을 차지한 전통의 빙상(氷上) 강국 러시아네덜란드 선수는 손과 어깨로 가마를 만들어 새로 등장한 '한국인 챔피언'을 모셨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스피드 코리아'의 또 한 번의 쾌거였다. 24일(한국시각)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이승훈은 함께 뛰던 선수를 마지막 바퀴에서 한 바퀴 이상 따돌리며 12분58초5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 14일 50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던 바로 그 이승훈이다.

로이터통신은 "7개월 전까지만 해도 쇼트트랙을 하던 선수가 자신의 1만m 세 번째 공식 경기에서, 자신의 기록을 22초나 단축하며 따낸 충격적인 금메달"이라고 놀라워했다. 이승훈에게는 '지난달 10일 경기 이후 45일 만에 22초49 단축' '국제대회 출전 두 번 만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이승훈보다 4.05초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인-아웃 코스를 바꿔 타야 하는 규정을 어겨 실격을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만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기록하며 세계 빙상 강국으로 우뚝 섰다. 24일 현재 전통의 빙상 강국인 네덜란드(금 3·은 1·동 2)만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뿐, 미국과 캐나다는 금·은·동 각각 1개씩에 그쳤고, 독일과 러시아는 '노골드'의 충격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