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학점 인플레'가 심각한 가운데 연세대가 올해부터 영어 원어 강의를 제외한 모든 수업의 학점 산정 방식을 절대평가 대신 상대평가제로 전환한다고 8일 밝혔다.

취업에 유리한 '스펙'(자격조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학점을 후하게 주는 대학가의 관행을 깨겠다는 뜻이다.

연세대는 "이미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1~3학년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에 이어, 새 학기부터 4학년 심화전공 과정도 상대평가로 전환한다"면서 "이로써 영어 원어 강의를 제외한 모든 강좌에 상대평가가 도입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 10명 미만의 학생이 듣는 전공강좌는 절대평가를 그대로 둔다고 연대는 밝혔다.

연대 문과대의 한 교수는 "400명이 듣는 과목에서 수강생의 70~80%가 A학점을 받는 강좌도 있다"며 "학점 잘 준다는 소문 때문에 학생들이 특정 강좌에 몰리는 현상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는 전공과목 수강자의 48%, 연세대는 43%, 고려대는 39%에 대해 A학점을 주는 등 '학점 인플레'는 각 대학 공통의 현상이었다. 전국 64개 4년제 대학의 경우 A학점을 받은 학생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연세대는 "학점 인플레로 외국 대학들이 한국 대학의 학점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체들도 국내 대학 학점은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한 학점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교수와 학생들에게 긍적적인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 재학생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절대평가를 사수하자"는 주장이 오르고 있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잘하는 학생은 A, 못하는 학생은 F를 주면 되는 것이지 상대평가를 도입하고 학점당 비율을 일률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