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군 서면 연죽리 10만㎡의 남해추모누리. 매장묘역 5곳과 납골당·화장장·장례식장 등을 두루 갖춘 추모누리는 남해군이 지난 97년부터 48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종합장례시설이다.

추모누리 한쪽 양지 바른 곳에 자리잡은 납골평장묘역에는 20×30㎝ 크기의 비석이 일정한 간격으로 지면에 누워 있다. 오석으로 만든 와비(臥碑)에는 고인과 유족들의 이름 등이 새겨져 있고, 와비 사이에는 잔디가 깔려 있다.

납골평장은 남해군이 화장을 장려하기 위해 2004년에 도입한 시책. 납골평장을 하기 위해선 시신을 화장해 나무 한지 등 자연분해되는 유골함에 분골을 넣은 뒤 지면 30㎝ 아래에 묻고 지면에 와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제를 올릴 수 있는 잔디공간 등을 포함, 1기가 차지하는 면적은 1.125㎡에 지나지 않는다. 남해추모누리의 납골평장묘역에는 현재 740여기가 안치돼 있다. 추모누리 내 매장묘역이 있기는 하지만 '사망 1년 전부터 남해 거주' 등 엄격한 제한 요건이 있다.

남해군의 '금수강산 물려주기' 시책이 빛을 발하고 있다. 화장에 부정적인 노년층 인구가 적지 않은 군 지역에서 '선진장사팀'이라는 부서까지 두고 있는 남해군의 다양한 장사 문화 개선 시책이 화장률 상승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남해군은 원스톱 장사시스템을 갖춘 남해추모누리를 조성한 것을 비롯, 납골평장 도입, 개장(改葬) 장려금, 화장 장려금 지급 등 다양한 시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이다.

남해군이 서면 연죽리에 조성한 종합장례시설 남해추모누리의 납골평장묘역. 봉분대신 고인과 유족들의 이름을 새긴 와비가 인상적이다.

화장 장려금은 화장할 경우 남해군에서 15만원을 지원하는 것. 남해추모누리 화장장이 개원한 2006년 5월 이전에는 진주 등지의 화장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42만원을 지원했으나 추모누리 화장장 개원 이후 금액을 낮췄다.

또 개장 장려금은 매장한 시신을 화장해 납골당 등에 안치할 경우 지원하는 것으로, 종전 15만원에서 화장장 개원 이후 5만원으로 조정했다.

기존 남해군 내에 조성된 문중묘역을 개장해 납골평장묘역으로 조성할 경우 문중당 7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남해군 선진장사팀 이광수 팀장은 "문중묘역은 1000㎡까지 허가 가능하다"며 "납골평장으로는 1000㎡에 2만기 이상을 모실 수 있을 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화장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성과는 적지 않았다. 2000년 9% 수준이던 화장률이 지난해 전국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고 수준인 68%까지 뛰어올랐다. 40~100가구가 모여사는 남해군 고현면 갈화리 화전마을 등 3개 마을의 화장률은 100%에 달하는 등 주민들의 의식 변화도 괄목할 만하다.

장려금 지원 등에 힘입어 분묘 1만5000여기가 개장을 거쳐 납골당에 안치됐다. 남해군 장사지원팀 김재실 씨는 "분묘 한 기당 면적에 차이가 있지만 한 기당 13~16㎡로 잡으면 22만5000여㎡가 묘지에서 농지나 산지, 혹은 펜션 단지로 변모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