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전국 4년제 171개 대학의 2008년 장학금 내역을 분석해 봤더니, 장학금 총액 1조9459억원 가운데 성적우수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7411억원(38%)이었는데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2997억원(15%)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등록금 낼 경제형편이 못 되는 학생들은 새벽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 호프집 아르바이트로 뛰는 경우가 많다. 그런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고, 그래서 성적이 모자라 성적우수 장학금을 신청할 수도 없고, 다시 그래서 이 아르바이트 저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니느라 공부할 시간을 놓쳐 또 성적우수 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게 되는 악순환에 갇혀 허덕인다. 반면 여유 있는 집 자녀들은 공부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어 장학금이 필요없는 그런 학생들에게로 장학금이 몰리는 불평등이 빚어진다. 이래서는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통로 구실을 하기는커녕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세습(世襲)하는 상속 수단으로 퇴화(退化)해버리고 만다.

2009학년도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742만원이었다.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사립대 재정이 거의 등록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립대 등록금 의존도는 2001년 70.1%이던 것이 2006년 77.4%로 높아졌다. 미국 대학 등록금 의존율은 2006년 기준 공립 18.1%, 사립 34.1%였다. 등록금이 대학 운영의 기본 재원(財源)인 상황에서 대학이 성적우수 학생 중심으로 장학금을 주면 생활이 어려운 학생은 장학금을 구경도 못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해 있는 집 아이 장학금을 대주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빚어진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지금에선 기여(寄與)입학제밖에 없다. 기여입학제가 가난한 학생의 대학 진학 기회를 빼앗는다는 위선적(僞善的) 억지 논리를 더 이상 펴선 안 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돈 없어 공부를 포기해야 했던 아픔에 사무쳐본 적이 없는 배부른 사람들이다. 기여입학제를 오랜 기간 학교에 누적(累積)된 기여를 한 경우로 엄격히 한정해서 정원 외 1~2% 범위로 최소한의 수학능력을 검증해 선발하고, 그 기금은 전적으로 빈곤한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도록 관리하면 부작용은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 이제는 기여입학제에 대한 생각을 가난한 학생이 여유 있는 집 돈으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제도라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이래야만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을 통해 세습되는 사회적 모순을 깨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