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일본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64)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가 27일 "한국의 놀랄만한 발전의 동력은 사대주의(事大主義)"라고, 다소 이색적인 주장을 펼쳤다. 오코노기 교수는 26일 도쿄 시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본 내 한국 전문가들의 세미나 자리에서 이 같은 얘기를 했고, 27일 전화통화에서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일본 학자들이 한국을 경멸할 때 써온 말이 사대주의"라고 전제, "그러나 사대주의는 지금 말로 하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열심히 따라가려는 국가전략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 이후 사대주의는 조선의 외교전략이자 국가구조의 기본 틀이 됐다"면서 "당시 글로벌 스탠더드는 중국이었고 사대주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잡으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18세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가 더이상 중국이 아니었는데도 중국 스탠더드를 조선이 고집하면서 일본에 병합되었지만 지금 200년 만에 글로벌 스탠더드와 함께 가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세계화를 추진한다고 하고 OECD에 가입할 때 솔직히 말해서 '이게 뭐냐' 싶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이해된다"고 했다.

그는 "그에 비하면 일본은 원래 쇄국적 성향이 있었던데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이 외국을 기피하고 있어 점점 '지역 국가(local state)'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통신업체들은 일찍이 세계표준을 선택해 세계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본의 NTT는 일본 표준에 집착하면서 일본 내에 고립되고 있고, 인천공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공항이 됐지만 나리타 공항은 국내공항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요즘 일본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 '한국은 저렇게 다이내믹한데 왜 일본은 정체되고 있는가' '한국의 젊은이들은 세계로 나아가는데 일본 젊은이들은 왜 국내에 머무르는가' 같은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