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한국이 부르면 달려가서 싸우겠다."

80세를 바라보는 노병(老兵)의 눈빛은 아직도 형형했다. 지난 14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인근의 '한국전 참전용사 회관'에서 만난 아크딜루 데스타(Desta·79·예비역 대위)씨는 "아직도 한국은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 당시 육군 소위였던 그는 1951년 5월 보병 4중대 4소대장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데스타씨는 "침략군을 격파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질서를 확립하고 돌아오라는 황제의 명을 받고 출전했다"며 "꼬박 3주간 배를 타고 부산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최정예 부대인 황제 근위병을 주축으로 6037명을 파병해,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다쳤다. 단 1명의 전쟁포로도 없이 253전 253승을 기록했다. 이들은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고국에서 여러 고초(苦楚)를 겪었다. 1974년 공산정권이 수립되면서 북한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대부분 숙청되거나 강제 퇴역을 당했다. 1991년 에티오피아가 다시 민주화되면서 이듬해 '한국전 참전용사회(Ethiopian Korean War Veterans Association)'를 결성했다.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들은 950명 안팎. 혈기 왕성했던 그들은 이제 빈곤과 싸우는 70~90대의 노병이 됐다.

14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기념탑 앞에서 참전용 사 5명이 당시의 한국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스타씨는 4년 전 한국전 이후 다시 한국 땅을 밟았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엄청나게 변한 한국의 모습에 도저히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파병됐을 때만 해도 에티오피아가 더 잘사는 나라였다"며 "한국이 이렇게 큰 나라가 되어 있다니 정말 놀랍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데스타씨는 "지금 에티오피아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잘 알지 못한다"며 "우리가 목숨을 다해 싸웠던 한국이 선진국이 되어서도 우리를 잊지 않고 에티오피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KOICA는 올해부터 3년간 2000만달러(약 230억원)를 에티오피아에 지원할 계획이다. 1991년부터 2008년까지 지원했던 금액(2095만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는 "경제신화를 이룬 한국인이 존경스럽고 우리도 이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htt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