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린 레스토랑컨설턴트

어찌 보면 단순히 '쇠고기구이'일 뿐인 요리가 '불고기'라 불리며, 김치와 함께 한국의 대표 요리가 된 것은 아무래도 구워 먹는 행위에 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식탁 가운데 아예 고기구이를 위한 장치가 매립되어 있어 모두 둘러앉아 지글지글 구워 먹는 행위 자체가 요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바로 그 '오픈 키친'이자 '라이브 액션 스테이션'이 아니겠는가.

또한 불고기는 그 이름처럼 불에 구워 먹는 화끈함이 있다. 숯은 불고기에 그 멋과 맛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숯이란 '신선한 힘'이란 뜻의 우리말이라는데, 숨은 뜻 또한 멋들어진 숯은 단순히 나무를 태워 얻는 연료만이 아니다. 불의 기운을 불어 넣어 나무 본래의 기를 농축시킨 것이 바로 숯이다. 숯불로 구운 불고기는 오묘하고 고소한 숯의 향이 스며드는 동시에, 바로 그 불기운이 고루 퍼져서 표면과 속이 고르게 익는다.

불고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불고기판'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여러 나라 별의별 음식, 별의별 조리도구를 많이도 봐왔지만, 우리나라 불고기판같이 생긴 조리도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꼭 솥뚜껑처럼 가운데는 불룩하게 솟아 있고, 숯의 화력이 고기와 맞닿게 하기 위한 구멍들이 중간 중간 뚫려 있는 데다, 가장자리는 뺑 돌아가며 육수를 부어 사리를 익혀 먹을 수 있게 전을 높였다.

불고기판의 가장 기발한 점은 거기에 뚫린 많은 구멍의 기능에 있다. 숯의 향과 불기운은 고기에 직접 전달되지만, 고기가 익으며 나오는 육즙은 숯으로 떨어지지 않고 가장자리의 육수받이로 향하도록 디자인된 것이다. 가정에서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불고기에서는 나올 수 없는 불고기 맛의 비법은 바로 이 구멍에 있다. 이 육중하고 질박한 불고기판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한국인 특유 자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가히 천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