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은 18일 "우리가 제재(制裁) 모자를 쓴 채로 6자회담에 나간다면 그 회담은 평등한 회담이 아니라 '피고'와 '판사'의 회담으로 되고 만다. 이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절대로 허락지 않는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에는 "조선전쟁(6·25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했었다.

또 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5일 "청와대를 포함해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날려보내기 위한 거족적 보복 성전(聖戰)을 개시할 것"이라고 했다. 17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참관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서울을 사정권으로 하는 북한의 240㎜ 방사포 차량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더니 18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남 관계는 개선돼야 한다'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 "시대의 요구에 부합되지 않은 (대결적인) 북남관계는 시급히 (협력적 관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보복 성전' 성명을 발표한 날인 15일 협박 성명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남측의 옥수수 1만t 지원을 받겠다고 나섰다.

최근 북한이 왜 이처럼 종잡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북한이 무슨 종합전략 아래 북한 군과 대남 파트, 외무성이 각각 다른 전술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도 대한민국을 그렇게 오래 상대해 봤으면 한국 정부가 북한의 협박을 받아가면서 북한을 돕겠다고 나서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 만한 때가 됐다. 이제 이렇게 어르고 달래는 수법은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역효과만 낳을 뿐이다.

6자회담도 마찬가지다. 북한 스스로 "평화협정 논의를 6자회담에서도 할 수 있다"고 했으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 6자회담에 앞서 대북 제재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뒤집혔다. 북한은 지난 18년 동안 수없이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해 놓고서 2006년과 2009년 두 번이나 핵실험을 실시했고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는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전체가 핵 도발에 대해 내린 징벌(懲罰)이다.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은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 약속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