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 사이 해저터널을 오가는 고속열차 '유로스타'가 18일 터널 내에 멈춰섰다. 이 사고로 터널 안에서 5편의 열차가 줄줄이 멈추면서 승객 2000여명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영불(英佛) 해저터널은 1882년 시공됐지만 자금난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됐다가 1984년 공사가 재개됐으며 1994년 완공됐다. 유로스타는 양국간 49.94㎞를 2시간15분 만에 주파하며 하루 3만명을 실어나르고 있다.

그런데 영불 해저터널에서 사고가 발생한 날,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박삼구 한중우호협회회장(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과 만나 해저터널과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지난 10월 경기개발연구원 주최로 서울 명동회관에서 열린 한중 해저터널 국제세미 나3에서 참석자들이 한중 해저터널의 유용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 회장이 한중(韓中) 해저터널 건설에 대해 언급하자 시진핑 부주석이 "중국~대만 사이에 해저터널이 추진되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 사이에도 충분히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 해저터널 구상은 무엇일까. 한반도를 둘러싼 해저터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중 해저터널

한반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해저터널 개요들. 위는 한일 해저터널.

한국 인천~중국 웨이하이(威海)를 2시간 내 주파하는 게 목표다. 그 경우 베이징에 4시간이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빨라도 20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10월 해저터널 국제포럼에서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은 인천~웨이하이 간 341㎞ 등 4개노선을 제안했다. 그는 "한중 해저터널 프로젝트 연구는 2010년 마무리되며 건설기간은 20년, 예산은 80조원이 들 것"이라고 했다.

현대판 실크로드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인 반면 중국은 다소 소극적이라고 한다. 다만 서해와 맞닿아 있는 중국 산둥성 교통과학연구소 등 일부 기관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중 해저터널이 뚫리면 한국은 116조원 정도, 중국은 150조원의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중국 측은 해저터널에 앞서 철도페리 건설을 우선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일 해저터널

부산~일본 규슈(九州) 간 230㎞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일제시대 당시 동아시아 종단철도 아이디어에서 비롯됐지만 본격 논의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1년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공개 주장했고 2003년 한일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됐었다.

2007년 고건 전 총리도 해저터널을 언급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 반면 일본은 적극적이다. 해저터널의 출발점에 탐사용 해저터널 500여m를 파고 지질조사와 터널공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터널 건설에는 1000억달러 이상이 소요되며 건설기간은 15년 정도로 예상된다. 한일 해저터널은 우리보다는 일본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경남발전연구원은 29일 창원에서 한일해저터널추진방향 세미나를 개최한다.

베링해 해저터널

러시아 추코트카 반도 데즈뇨프곶과 미국 알래스카주 에일스곶 사이 베링해협 85㎞를 연결하자는 것이다. 베링해협의 해저는 화강암 단층지괴이며 단층지괴는 석회암으로 덮여있어 터널굴착기(TBM)를 사용한 굴착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해저터널이 완성되면 터널 기점인 데즈뇨프곶에서 오호츠크해안~마가단항구~사하공화국, 바이칼~아무르 철도노선(BAM)과 연결하는 3200㎞의 새로운 철도 연결망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베링해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곳은 통일교 산하 비영리민간단체 평화통일재단이다. 재단 측은 문선명 총재가 1981년 세계평화고속도로 구상을 밝히면서 베링해를 연결해 전 세계를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자는 의지가 지금의 프로젝트로 정착됐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해수면 아래 최대 200m를 수직으로 뚫고 들어간 뒤 다시 85㎞를 수평으로 뚫는 방식으로 해저터널의 해저구간만 해도 영불 해저터널의 2배 이상"이라며 "공사에만 2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개발통상부도 터널 건설에만 120억달러, 해저터널 철로 건설에 550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러시아는 당초 베링해를 완전히 확보하려던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집권 때부터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한일, 베링해 해저터널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물류기지 확보와 한·중·일 3국의 무역, 대륙철도와의 연계, 북한 노동력 활용, 북미~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물류 수송과 연관돼있어 계속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