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 논설위원

지난주 교육과학기술부가 외국어고를 줄이면서 입시를 쉽게 하는 개편안을 내놨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책으로 과연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인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외고를 줄이면 희소성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교육 현실을 알고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는 학부모들도 많다.

지금 수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 유치원 때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고 초등학교부터 외고 입학을 위한 학원에 보내며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작년 전체 사교육비는 20조9000억원이었다. 영어 비용은 어학연수, 과외까지 통계에 안 잡히는 돈을 합치면 1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 강남과 목동 유치원 영어학원의 한 달 수강료는 100만~150만원이다. 서울 다른 지역도 60만~100만원이라고 한다. 초·중학생 학원비도 30만~50만원이다. 수도권 영세 학원들은 수강료가 이보다 낮기는 해도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조기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가서 ABC부터 배우지만 유치원부터 영어 공부를 한 아이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하품을 한다. 초등학교 때 영어 실력 격차는 대입과 취직까지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영어학원들의 비싼 수강료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유명 학원 간판을 걸고 학원을 차리려면 가맹비만 3억~8억원이 든다. 100평 이상의 건물 권리금에 1억~3억원, 보증금 1억~3억원이고 인테리어비만 1억~2억원이 든다. 학원 하나 차리는 데 최소 10억원 이상이 든다. 그러니 학원들이 2~3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학원비를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 원어민 강사가 하는 영어 수업의 질은 비슷한데도 일부 학원들은 학원비가 싸면 효과가 없다며 고가(高價) 마케팅을 한다. 교재비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받기도 한다.

이런 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전국에 가맹 학원 수십개를 만든 학원업체는 수백억원을 벌었다. 한 특목고 대비 영어학원은 외국 회사로부터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다른 학원은 외국 사모펀드에서 600억원을 투자받았다. 외국 자본까지 우리 학원에 투자하는 것은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남 건물주들과 학원 재벌, 외국 자본만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왜곡된 영어 사교육시장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에선지 이 사회 어디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다.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학원의 심야 교습을 제한하고 학파라치를 동원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 학부모는 없다.

서울 강남과 목동 같은 사교육 과열지역에 정부와 시·구가 건물을 짓거나 기존 건물을 활용해 임대료나 학원 가맹비 같은 거품이 없는 학원을 많이 세우는 게 해결책의 하나일 수 있다. 수백억원짜리 주민자치센터나 수천억원 들인 구청 짓는 것보다 훨씬 투자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러면 학원시장 판도는 물론 사교육 현실도 달라질 것이다.

지난달 본지에 소개된 군포국제교육센터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군포시가 건물을 지어주고 임대료 같은 거품을 빼서 학원비를 월 12만원만 받자 학생들이 몰리고 인근 학원들이 문 닫을 지경이라고 한다. 이곳에선 2000명 학생 가운데 400명을 저소득층 자녀들로 뽑아 무료로 가르친다. 처음엔 5단계나 뒤처졌던 아이들 눈빛이 달라지고 실력도 부쩍 늘었다. 그 부모들이 고맙다며 과일을 싸들고 방문한다.

사교육을 사교육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든 국민들 고통을 덜어주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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