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정치학

우리 주위에는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참 많다. 힘과 도움을 주는 사람도 그러하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스포츠, 학문, 기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간 사람들, 이들을 돕는 사람들, 그리고 세계 최고의 TV, 휴대폰, 컴퓨터 등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꼭두새벽 종교시설에 모여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 등 그 예는 많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10년간이나 살았다는 어느 여성은 사위가 일본인인데, 최근 일본에 사는 딸의 집에 가 보았더니 전기밥솥, TV, 세탁기 할 것 없이 국산이 일제보다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일본에서 살 때는 일제가 월등히 좋아서 국산품이 일제를 따라잡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는데, 이렇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다니 한국인의 저력이 참으로 놀랍다고 했다. 우리 여성들의 경제생활이나 국가관도 감동적일 때가 많다.

얼마 전 모 경제단체가 주최하는 제주 세미나에 어느 유명 일본기업인이 초청받아 아침 8시부터 주제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발표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라고 했다. 일본에는 없다는 것이다. OECD 어느 기업인도 자기 나라에는 이런 기업인 조찬회는 없다고 했다. 필자는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국민들의 높은 학구열에 감동을 받을 때가 많다. 기업경영인들은 더욱 그러하다. 경영인 조찬세미나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이들의 학습열은 단연코 세계 제일이다.

한국의 기업 경영인들은 비즈니스는 물론 심지어 동서양철학연구, 동양고전연구 등 다양한 학문을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최근 한국능률협회가 주관한 동양고전 세미나는 중국 산동성 곡부 공자사당에 가서 졸업식을 했다. 맹자사당,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의 박물관 등을 방문하면서도 배웠다. 필자는 이를 참관하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기업경영인의 역량 발휘에 있어서 세계 제일은 미국이 아니라 단연코 한국이라는 피터 드러커 교수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최근의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008년 현재 2만1000달러를 넘었다. 전공이 경제학인 필자는 그 의미나 우리 생활과의 관계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선은 단순히 수치의 중요성보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에게 차원 높은 사고와 성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감동이 중요해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개인, 기업, 국가 할 것 없이 성장을 위해서는 모방, 캐치업(따라잡음), 혁신 및 독창의 4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생각한다. 모방은 선진국 제품의 짝퉁을 만드는 단계, 캐치업은 같게 만들 수 있는 단계, 혁신은 조금 더 잘 만들 수 있는 단계, 그리고 독창은 선진국에 없는 독창적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단계이다. 2만달러 선은 혁신이나 독창으로 사고하고 성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 단계에 들어간 기업, 개인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보자.

해외여행을 많이 한다는 어느 외국회사의 한국지사장은 항공기 승무원은 물론 항공회사도 한국이 세계 최고일 것이라고 했다. 어느 선진국은 지방에 가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불안할 정도라고 했다. 사실 아시아나는 세계 최고의 항공사, 대한항공은 4년 연속 화물수송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각각 선정된 바 있다. 인천공항도 공항서비스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4년 연속 선정되었다. 한 골프장 사장은 한국의 골프장은 물론 여자 골프선수, 골프 캐디, 호텔 여종업원 모두 세계 최고라고 했다.

어느 IT회사 사장은 미국에 출장을 갔을 때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아서 불편했다면서, 휴대폰은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한국산, 미제, 일제, 독일제, 러시아제 휴대폰을 보여주고 고르라고 하면 한국산을 고른다는 것이다. 영화를 몇 편 제작했다는 어느 분은 극장을 평가할 때, 뉴욕이 60점이라면 서울은 90점이라고 했다.

우리 건설 회사들의 건설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세계 곳곳에 건설하는 아파트, 빌딩, 건축물 또한 그러하다. 최근 더 큰 평수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 30대 후반의 어느 알뜰 여성은 집이 너무 좋아 건설회사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교통전문가인 존 케인 하버드대 교수는 얼마 전 한글도 잘 모르면서 서울지하철을 한참 타본 후 참 훌륭하게 건설되었다고 했다.

등산을 즐긴다는 어느 분은 국산 등산복, 등산화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담배도 오랫동안 피웠는데, 이제는 국산 담배가 더 좋아 외제를 찾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가수들의 가창력, 음식점들의 음식 솜씨 모두 수준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유명 언론사 특파원으로서 도쿄에 몇 년간 산 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TV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라간 우리 스포츠 선수들의 실력을 감상하는 가운데 안목이 세계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2만달러시대'는 감동의 시대이다. 혁신과 독창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 감동을 주는 제품, 기업, 그리고 정치인이 성공하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