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TX를 타다 보면 승객 100명 중 몇 명이 승차권을 제대로 구입해서 타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대전까지만 해도 편도 2만원이 넘는 금액인데 한 달에 열 번을 무임승차하면 20만원이 넘는 금액을 '탈세'하는 것이다. 개찰구에는 유럽스타일처럼 자율적 개찰을 실시하여 역무원이 철수한 지가 벌써 오래되었음에도 보완책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본지 12월 7일 독자제보


"KTX 무임승차해도 걸리지 않는 방법 좀…."

전국 17개 KTX 정차역을 중심으로 승차권을 개표하는 기계가 사라진 지 세 달이 넘었다. 인터넷에 '나는 이렇게 무임승차 했다'는 글들이 등장하면서 난데없는 '승차권 무용론'이 일고 있다.

승차권 검사가 사라진 지는 사실 꽤 됐다. KTX가 개통된 2004년 5월부터 모든 승차권이 자동개집표기용 자성(磁性) 승차권으로 바뀌면서 이 기계가 설치되지 않은 일반역에서는 승차권 검사가 거의 생략돼 온 것이다. 기차역에는 역무원 대신 "쾌적한 여행을 위해 승차권 검사를 생략한다"는 문구만 남았다. 코레일은 "휴대전화 메시지 승차권이 등장하면서 검사가 무의미해졌다"며 "열차 탑승 지연문제도 해소됐다"고 했다.

게이트는 여는 대신 차내에서 좌석정보가 담긴 PDA(무선이동단말기)로 승무원들이 검사를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승무원들은 "무임승차를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화장실이나 기저귀 교환대, 수유실에 숨는 것 외에 노래방·게임방·스낵바 같은 '열차카페'를 이용해 승무원의 눈을 피할 수도 있다. 새마을호 승무원은 "노래 부르는 승객에게 표 보여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통근열차 등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 무임승차자의 경우다. 한 역무원은 "모든 구간에서 승무원들이 승차권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짧은 거리를 무임승차하는 회사원·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교묘하게 부정승차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어린이용이나 장애인용표를 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무작정 잠을 자는 경우도 많다. 민원 때문에 승무원들이 승객을 함부로 깨우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본사에서 기동 검표를 하기도 하지만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KTX의 승무원은 "우리가 검표만 하는 사람들도 아니기 때문에 고객을 믿고 타지만 의도적으로 무임승차를 노린다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했다.

전남 여수에서 경기도 광명까지 새마을호와 KTX를 갈아타며 출퇴근한다는 한 승객(59)은 "별도의 검사가 없어 승차권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온다"며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지 무임승차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친 승객의 편의 배려가 무임승차자를 양산하는 면도 있다. KTX의 승무원은 "다른 자리에 앉은 승객을 보면 표가 없다기보다는 편하게 가려고 옮긴 것이라 생각한다"며 "눈이 마주치면 표가 없는 사람은 티가 난다"고 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KTX를 포함한 열차 내 부정승차자는 총 59만명에 달했다. 벌금만도 67억원이 넘었다. 자율적인 철도 문화 조성도 좋지만 지난해 코레일의 영업적자는 총 7400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