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기도 안산 상록경찰서 주차장. 벌겋게 녹슨 무쏘 차량이 겨울비를 맞고 있었다. 강호순(39)에게 목숨을 잃은 10명 가운데 여대생 연모(2007년 1월 7일 피살·당시 20세)씨 등 6명이 이 차에서 살해됐다. 또 다른 2명은 에쿠스 차량에서 숨졌다. 나머지 2명은 2005년 강이 지른 불에 질식사한 강의 네 번째 부인과 장모다.

강은 검거되기 직전 증거를 없애려고 에쿠스와 무쏘에 불을 질렀다. 이 중 강의 어머니 명의로 된 에쿠스는 지난 5월 강의 친형이 가져가 폐차시켰다. 상록서 관계자는 "강 명의로 된 무쏘는 주·정차 위반과 과속 범칙금, 세금 등이 총 34건 밀려 여러 지자체에 중복 압류된 상태"라며 "지난 9월 강에게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 차근차근 압류 해지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했다.

상록서 주차장에는 무쏘 외에도 강의 차량이 한 대 더 있다. 강이 농장 일에 쓰던 리베로 트럭이다. 주부 김모(2008년 11월 피살·당시 49세)씨의 혈흔이 묻은 점퍼가 이 트럭에서 발견됐다. 수사의 실마리를 푼 결정적인 증거였다.

유족들을 대리하는 양진영(45) 변호사는 "리베로는 무쏘와 달리 상태가 멀쩡해 법원에 압류 신청을 낸 뒤 경매에 부칠 계획"이라며 "강이 타던 차량인 줄 알면 아무도 안 살 것 같아 걱정이지만, 유족들이 조금이라도 더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했다.

검거 당시 강의 재산은 상가건물, 은행 예금, 빌라·축사 보증금 등 총 9억원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강을 상대로 18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유족들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배상금 지급은 요원하다. 양 변호사는 "강의 재산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었다"고 했다. 2억5000만원이 들어 있다고 소문난 강의 통장은 실제 잔고가 '0원'에 가까웠다. 빌라·축사 보증금 1억2000만원도 주인들이 "우리는 제3의 인물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는데 그 인물이 멋대로 강에게 빌려줬을 뿐"이라고 반발해, 유족들이 문제의 인물을 상대로 또다시 소송을 내야 할 처지다.

유족들의 악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리베로 트럭에서 혈흔이 나온 희생자 김씨는 다니던 공장 앞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 강의 차를 얻어탔다가 변을 당했다. 남편(55·일용직 노동)은 "온몸이 시름시름 아프고, 매미가 귓가에서 우는 듯한 이명(耳鳴)에 시달린다"며 "아들도 일자리를 얻었다가 금방 그만두는 등 방황하고 있다"고 했다. 여대생 연씨의 친척은 "친척 결혼식 때 가끔 (연씨 가족을) 보는데, 표정이 어두워 위로의 말조차 걸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신의 마음속에도 살인마가 숨어있다]

[핫이슈] 연쇄살인범 강호순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