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는 지난 6일 전북의 우승으로 9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2009년은 프로축구 입장에서 잊고 싶은 한 해였다. 올해 한국 축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로 월드컵 7회 연속 출전의 기념비를 세웠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프로축구는 '실종(失踪)' 상태나 다름없었다. 1년 내내 프로야구와의 경쟁에서 밀려 TV 화면에서 사라졌고, 정규리그 타이틀 스폰서도 잡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시장의 외면을 받아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된 것이다.

야구에 KO패 당한 프로축구

컵대회와 포스트시즌 등을 모두 합한 올해 프로축구 총 관중 수는 281만1561명으로,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프로야구 총관중(634만754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물론 야구의 총경기 수가 549게임으로 축구(256경기)보다 많았지만 경기당 평균 관중 수에서도 프로축구가 1만983명으로 야구(1만1562명)에 밀렸다. 그나마 축구 관중 수는 무료 동원관중과 '뻥튀기 관중'(억지로 부풀린 관중)을 합한 것이어서 거의 100% 유료인 야구와 비교하기도 어렵다.

축구의 참패는 TV 중계 횟수를 야구와 비교할 때 더 뚜렷하다. 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정규시즌) 532경기 중 공중파와 케이블TV로 생중계된 경기가 504경기였다. 전체의 94.7%가 생생하게 안방에 전달된 것이다. 반면 축구는 정규시즌(컵대회 제외) 210경기 중 70경기(33.3%)만 생중계됐다. SBS스포츠의 김종민 PD(편성)는 "축구는 카메라 등 중계에 투입되는 물량도 적고 기술적으로도 야구보다 쉽다. 그러나 방송 입장에서 인기를 고려하면 야구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청률도 점점 떨어져

본지가 시청률 집계 전문사 TNS미디어코리아에 의뢰해 2004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두 스포츠의 시청률 변화(연평균)를 조사한 결과, 야구는 2004년 한 경기 평균 시청률이 0.664%에서 올해 0.985%로 높아졌지만, 축구는 2004년 0.306%에서 올해 0.343%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올해만 따지면 프로야구 한 경기 시청률이 프로축구의 2.9배에 달한다. 이는 한 경기를 기준으로 할 때 이야기며, 야구가 하루에 4경기씩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TV 노출도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축구 시청률은 2007년 0.456%, 2008년 0.412%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인기가 없으니 중계에서 밀리고, 이 때문에 팬들의 관심에서 다시 멀어지는 '무관심의 악순환'이 진행 중인 것이다. 둘은 국내 양대 스포츠로서 라이벌 관계였으나, 지금은 그렇게 말하기 낯 뜨거울 만큼 격차가 커졌다.

찬물 끼얹는 프로연맹

프로축구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팬들 곁으로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소비자 중심 마케팅'에 실패한 탓이다. 국내축구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프로연맹은 오히려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로 전락했다. 대표팀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호재를 국내 축구 붐업으로 유도하기는커녕, 대표 선수 차출을 둘러싸고 축구협회와 힘겨루기를 하다 선수 차출 거부를 감행해 '대표팀 반쪽훈련' 사태를 빚기도 했다. 야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열기를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인 것과 딴판이다.

방송계에선 "프로축구가 이제는 현실적으로 야구에 밀린다는 점을 인정하고, 야구가 없는 월요일에 경기 일부를 개최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프로축구 실종'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2009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