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들의 소굴로 유명한 소말리아의 해안도시에 '해적 증시(證市)'가 문을 열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해적단에 돈이나 무기, 물자 등을 투자한 뒤 투자한 해적단이 선박 납치에 성공하면 많은 이익금을 배분받는 형식이다.

넉 달 전 첫 '해적 증시'가 개장한 곳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북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인도양 해안도시 하라디레. 경제 파탄으로 딱히 일거리가 없는 주민들에게 해적 비즈니스는 유일한 돈벌이 수단이다. 주민 사라 이브라힘(22)은 "한 달쯤 전에 해적단에 유탄 발사기 1정을 투자한 수익으로 7만5000달러(약 8600만원)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적투자 수익배분 인파 지난달 18일 소말리아 해적 근거지인 하라디레의 옛 은행 건물 앞에, 해적단에 투자한 주민들이 수익 배분을 기다리며 모여 있다. 넉 달 전 문을 연 하라디레의‘해적증시(證市)’에는 현재‘해적 기업’72개가‘상장’돼 있다.

전직 해적에서 투자자로 변신한 모하메드(Mohammed)는 "증시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 있다. 해적 활동이 일종의 지역 공동체 운동으로 변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다국적군 순찰 강화 때문에 해적활동의 실패 위험이 커지면서 성공시 요구하는 인질 몸값도 전보다 30% 이상 오른 건당 400만달러에 달한다"며 "우리는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 군함 따위엔 신경 안 쓴다"고도 했다.

넉달 전 증시가 처음 개장할 때 '상장'된 '해적 기업' 수는 15개였지만 지금은 72개로 늘었다. 최근엔 주민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들까지 투자에 나섰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브라힘처럼 무기나 물자를 투자한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소말리아 중앙정부는 이슬람 반군을 상대하기도 벅차 수도 바깥 지역은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 해적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하라디레는 외제 고급차가 흔히 보이는 번화한 도시가 됐다. 현지의 한 관리는 "해적의 인질 몸값 수입 중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거둬 도로를 깔고 병원과 학교를 짓는 데 쓴다"고 말했다. 국제 해사국(IMB)에 따르면 올 9월까지 해적들의 선박 납치 사건은 소말리아 해안에서 작년 같은 기간의 4배인 47건, 아덴만 해역에서 작년 같은 기간의 2배인 100건이 발생했다. 유엔은 작년 한 해 해적들이 인질 몸값으로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