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공격은 제 밥줄이에요."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의 센터 지정희(25·1m80)는 이동공격 얘기가 나오자 까르르 웃었다. 같은 팀 세터 이숙자(29·1m75)와 호흡이 척척 맞아 요즘 공격이 잘 풀리기 때문이다. 지정희는 "언니는 나보다 4살이나 많은데 무게를 잡지 않아요. 개그도 언니가 항상 먼저 한다니까요"라며 미소지었다. 사진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둘은 쉴 새 없이 웃음꽃을 피웠다. 지정희가 공을 무릎 위에 올리자 이숙자가 불쑥 공 위로 턱을 내미는 포즈를 취했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동공격의 달인' 이숙자·지정희 콤비를 26일 경기도 이천의 GS칼텍스 체육관에서 만났다.

세터 이숙자(왼쪽)는 “결정적 순간 정희에게 이동공격을 맡기면 득점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간다”고 했다. 공격수 지정희는 “믿어주는 만큼 더 자신감을 갖고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동공격은 '매복 공격'

이동공격은 좌우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하는 공격이다. 선수가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하는 일반적인 배구 공격과 구분된다. 선수들은 서브권을 가져올 때마다 시계방향으로 자리이동(로테이션)을 하는데 지정된 원래 자리에서 좌우로 옮겨 공격하면 이동공격으로 인정된다. 이동공격을 하는 선수는 잘 보이지 않는 세터 뒤쪽에서 돌아나가 갑자기 스파이크를 한다. '매복 공격'의 성향을 띠기 때문에 수비 입장에선 골치가 아프다.

이동공격은 속공에 가까운 순발력이 요구된다. 속공처럼 세터와 공격수 간의 거리에 따라 A퀵·B퀵·C퀵으로 나눠 볼 수 있다. A퀵은 세터와 공격수 위치가 1~2m, B퀵은 약 3m, C퀵은 그 이상이다. 이숙자와 지정희는 백C퀵(세터가 머리 뒤쪽으로 토스) 이동공격이 주 무기다. 이동공격은 공을 띄워 주는 세터와 네트 중앙에 위치한 장신 공격수인 센터의 타이밍과 움직임이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지정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KT&G에서 GS칼텍스로 팀을 옮기면서 이숙자와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2005년 국가대표로 처음 같이 뛰었을 때부터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숙자는 "정희처럼 움직임이 빠른 센터와 처음 공격을 맞춰보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고 했고, 지정희는 "언니의 빠른 토스를 상대 블로커가 제대로 못 쫓아와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둘은 매일 1시간씩 이동공격 100개 정도를 연습한다.

속공에 가까운 이동공격은 공을 띄우는 세터와 공격수가 공을 때리는 지점 사이 거리에 따라 A퀵(1~2m) B퀵(약 3m) C퀵(3m 이상)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이숙자(오른쪽에서 둘째)와 지정희(12번) 콤비는 백(back)C퀵 이동공격이 장기이다. 이숙자가 등 뒤로 공을 띄우면 지정희가 1~2초 사이에 4~5m를 달려가 공격한다. 이날은 촬영을 위해 거리가 짧은 백B퀵을 했다. 연속 촬영한 사진 5장을 합성한 모습.

스피드·위치가 생명

이동공격은 짧은 시간에 많은 거리를 움직여 상대팀 블로커를 따돌려야 한다. 상대 블로킹 높이가 낮은 쪽을 미리 파악하고, 그쪽으로 신속하게 이동해야 성공률이 높아진다. GS칼텍스 이성희 감독은 "파워 대결에서 승부가 갈리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스피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동공격이 자주 쓰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정희의 장점은 순발력이다. 이숙자가 가운데서 공을 띄우면 1~2초 사이에 코트 폭(9m)의 절반쯤인 4~5m를 뛰어간 후 한 발로 뛰어올라 스파이크를 한다. 공은 빠르게 측면으로 이동하는 힘이 실린 듯 회전을 먹으면서 코트 구석에 떨어진다. 지정희는 "순발력을 유지하려고 운동장(400m)을 매일 30~40바퀴씩 뛴다"고 했다.

GS칼텍스는 26일 현재 팀 이동공격 부문 2위(성공률 36.84%)를 달리고 있다. 지정희의 이동공격 성공률(52.17%)은 현대건설의 외국인선수 케니, 흥국생명 황연주 다음이다. 하지만 이동공격의 범위는 리그에서 가장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숙자는 "지정희는 승부가 걸린 결정적인 상황에서 믿고 쓸 수 있는 공격수"라고 했고, 지정희는 "이동공격 1위를 해서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