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홍수연(20·정치외교학과 2년)씨의 하루는 '학생증 챙기기'로 시작된다. 12일 오전 6시 20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집을 나선 홍씨는 버스를 기다리며 지갑에 학생증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대가 2005년 도입한 전자학생증에는 '교통카드' 기능이 있다. 학생증으로 버스비와 지하철 요금을 내고 신촌역에 도착한 홍씨는 역 근처 영어 학원에서 영어 뉴스 듣기 강의를 듣고 교내 '이화 캠퍼스 복합단지'(ECC· Ewha Campus Complex)로 향했다. 강의실·열람실·컴퓨터실과 각종 편의시설이 밀집한 첨단 건물이다.

홍씨는 수업 자료를 출력하기 위해 지하 2층 컴퓨터실로 향했다. 요즘은 교수가 강의 자료를 일일이 나눠주는 대신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놓고 각자 출력해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홍씨가 프린터 옆 단말기에 학생증을 넣자 '띠리링' 소리와 함께 400원이 결제됐다.

오전 11시 30분 홍씨가 "채플(예배)시간까지 2시간 정도 남아 잠깐 눈을 붙여야겠다"고 했다. 홍씨는 컴퓨터실 한 층 아래 있는 침대 18개짜리 수면실에 가서 출입구 바코드 인식기에 학생증을 댔다. 가로 40㎝, 세로 20㎝짜리 모니터에 빈 침대 위치가 떴다. "시험기간엔 밤을 새운 학생들로 붐비는데 오늘은 여유가 좀 있네요."

홍씨는 이곳에서 잠깐 쉰 다음 학생문화관 매점에 가서 참치 김밥·커피·생수 등을 2500원어치 사고 학생증으로 결제했다.

홍씨는 채플을 시작으로 '현대세계정치의 이해' '국제정치이론' '조직행위관리' 등 세 과목을 잇따라 들었다. 이어 교내 은행에 가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학생증을 넣은 뒤 '입금'을 택하고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 지폐 투입구에 넣었다. 이날 홍씨가 캠퍼스에서 사용한 현금은 '0원'. 그는 "현금보다 학생증이 편하다"며 "교내에서는 도서관 출입부터 자료 출력, 식당·매점 계산, 교통비까지 모든 일이 학생증 한 장으로 해결된다"고 했다.

고려대는 2004년부터 체크카드 기능이 추가된 다기능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한발 더 나아가 2004년부터 인터넷으로 휴대폰에 내려받는 '모바일 학생증'을 발급하고 있다. 카드조차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