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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차비는 얼마나 되오?"

갑자기 안중근이 무슨 영감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그렇게 물었다. 유동하보다 나이가 지긋해 세상살이에 더 밝은 조도선이 그 물음을 받았다.

"한 오 원(루블) 된다고 했소."

그러자 안중근이 한번 머뭇거리는 법조차 없이 지갑에서 돈 십오 원을 꺼내주며 말했다.

"가서 지아이지스고운가, 하는 그곳까지 가는 기차표 석 장만 끊어주시오."

그때 이미 유동하의 눈길은 실쭉해져 있었다. 사람은 넷인데 기차표가 석 장뿐이라는 데서 하게 된 추측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안중근은 그런 유동하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래 채가구(蔡家溝)란 곳이었구먼. 지아이지스고우는 청나라 발음을 노서아말로 적은 것이고…."

조도선이 사온 기차표를 보며 안중근이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조도선과 우덕순에게 한 장씩 나누어 주고 유동하를 돌아보았다.

"채가구로는 우리 셋만 가겠소. 유 동지는 하얼빈에 남아 급한 연락을 맡아주시오."

일러스트 김지혁

안중근의 그 같은 말에 유동하가 비로소 볼멘소리를 했다.

"포그라니치나야(수분하:綏芬河)에서 올 때 이번에는 저도 출전시켜주시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그제야 안중근도 조도선이 올 때부터 유동하가 시무룩해하던 까닭을 알아차렸다. 문득 정색을 하고 유동하의 말을 받았다.

"싸운다는 것이 꼭 총칼을 들고 적을 치는 것만은 아니오. 전투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제때에 제공하는 것도 전투원 못지않은 기여가 되오. 게다가 유 동지는 이제 열여덟,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뒤에 남아 해야 할 일이 많소. 너무 서두르지 마시오."

그제야 유동하도 더는 서운해 하는 낯빛을 거두며 다른 일을 걱정했다.

"김성백씨한테서 자금은 더 빌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이제 생각하니 빚을 얻어가며 여비를 넉넉하게 할 까닭은 없을 듯싶소. 거사 뒤에는 성패와 상관없이 우리 여비를 우리가 대야 할 일은 없을 듯하니 말이오. 유 동지는 여기 남아 있으면서 이등박문의 움직임이나 세밀하게 살펴주시오. 원동보(遠東報)에는 이등박문이 내일 정오에 도착한다 하였으나, 워낙 간교한 것들이라 무슨 요사를 부릴지 알 수가 없소."

그렇게 유동하를 떼어놓은 세 사람은 시간이 되자 채가구로 가는 남행열차에 올랐다.

세 시간 가까이 걸려 채가구 역에 내려보니 조도선에게서 들어 짐작하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동청철도와 남청철도가 만난다는 곳이라기에는 너무 작고 한적한 시골 간이역으로 역사 주변에는 묵을 만한 여관조차 보이지 않았다. 철도 경비병들이 막사로 쓰는 건물과 역원 관사 말고는 민가 두세 채가 고작이었다.

기차역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마을로 나와서야 겨우 묵을 곳을 정한 세 사람은 곧 채가구 역으로 돌아가 자세한 것을 알아보았다. 조도선을 앞세우고 역무원에게 왕래하는 기차 편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곳은 매일 세 번의 기차가 왕래하는데, 오늘 밤에는 특별열차가 하얼빈에서 장춘으로 내려가서 일본 대신 이토를 영접할 것이라고 한다. 이토가 이곳을 지나는 것은 모레 아침 여섯시쯤이 될 것이다."

역무원이 그렇게 아는 대로 일러주었다. 하지만 그곳이 동청철도와 남청철도 교차점이 아니란 게 걱정이 되어 조도선에게 물어보게 했다.

"그 특별열차는 여기에 서는가?"

"여기는 단선(單線) 지역이라서, 기차가 교행(交行)하기 위해서는 반 시간씩 복선 설비가 있는 구내에 대기해야 한다. 특별열차도 예외는 아니다."

그 말에 안중근은 한시름 놓았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걱정이 되었다. 이등박문이 탄 기차가 채가구 역에 서는 시각이 시월 하순의 어둡고 얼어붙은 새벽 여섯시라는 것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