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과 20일‘제11회 석학 연속강좌’에서 강연하는 이태수 교수는“우리가 사 는 것은 계속되는‘귀향’의 과정을 감당해가는 수고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대우재단이 공동주최하고 한국학술협의회(이사장 김용준)가 주관하는 '제11회 석학 연속강좌'에 초빙된 이태수(65) 인제대 석좌교수는 1981년 독일 괴팅겐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해까지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서양고전학회장, 한국철학회장, 서울대 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에 관한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이태수 교수는 국내 서양철학계의 손꼽히는 석학이다.

이태수 교수는 19일과 20일 각각 오후 3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공개강좌를 연다. 전체 주제를 〈인간의 자기이해: 출향(出鄕)과 귀향(歸鄕)의 서사(敍事)〉로 잡고, 19일에는 〈오디세우스의 귀향과 같은 마음〉, 20일에는 〈신(神)적인 앎과 에로스〉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귀향(歸鄕)은 고향집 식구들이 '같은 마음'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이태수 교수는 19일 강연에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텍스트 삼아 자아(自我)의 정체성 재확립이라는 주제로 나아간다. 〈오디세이아〉의 테마는 '귀향'이다.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주인공뿐 아니라 집에서 기다리는 인물들도 가장(家長)의 부재(不在) 속에서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오디세우스가 갖은 고생 끝에 집에 돌아왔어도 집안이 이미 망했다면 그 귀향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처럼 집에 무사히 돌아온 줄 알고 안심하는 순간 아내와 간부(姦夫)에 의해 살해당할 수도 있다. 신중한 오디세우스는 고향 땅에 도착한 뒤 일단 거지로 변장해서 자신을 감춘 채 아내 페넬로페를 비롯한 가족들이 자신과 '같은 마음(homophrosyne)'인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 대해 이태수 교수는 "자아의 정체성 확보라는 '귀향'은 다른 존재자와의 대면(對面)을 통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내게 속한 것을 '같은 마음'이란 기준을 통해 확인하게 되고, 그 확인 과정을 통과한 것이 진정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앎의 세계에 대한 맹목적인 돌진은 인간의 '파멸'을 부른다"

집에 돌아오려면 먼저 집을 떠나야 한다. '귀향(歸鄕)'은 '출향(出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집을 떠난 것은 밖에서 끌어낸 힘도 있지만, 그의 내면에도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유혹의 노래를 부르는 세이레네들의 섬을 통과할 때 부하들은 노랫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귀를 밀랍으로 막았지만, 자신은 노래를 들으면서 그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었다.

인간을 밖의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호기심은 위험한 것이지만, 그것을 철저히 누르게 되면 '자폐증'이 된다. 그러나 호기심을 그냥 따르는 것은 '파멸'을 가져온다. 오디세우스는 호기심을 충족하면서도 파멸에 이르지 않는 절묘한 선택을 한 것이다.

단테를 비롯한 서양 문학가들이 세계의 끝까지 달려가 마지막 경계선을 넘자마자 지옥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즐겨 묘사한 것은 '귀향'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원심력만 작용하면 인간은 결국 자아상실의 상태로 빠지게 된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인류가 당면한 환경문제 등 물질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20일 강연에서 이태수 교수는 "인간이 신적인 앎에 아무리 가까이 다가갔어도 바로 자신이 신과 다른 인간임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000년 김재권 미국 브라운대 석좌교수(철학)를 초빙하며 시작한 석학연속강좌는 지금까지 리처드 로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비교문학),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독일 뮌헨대 명예교수(신학), 다니엘 데넷 터프츠대 교수(철학), 모리스 고들리에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장(인류학), 정재식 보스턴대 석좌교수(종교사회학), 마이클 루스 플로리다주립대 석좌교수(철학),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영문학), 필립 큔 하버드대 석좌교수(역사학), 승계호 텍사스주립대 석좌교수(철학), 로널드 드워킨 뉴욕대 교수(법철학)를 초청해 세계 첨단의 지식흐름과 인간과 세계의 여러 문제에 대한 석학들의 혜안을 들어왔다. (02)6366-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