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서 서대문까지 서울 중심부를 지나는 경의선 폐철로 부지에 공원이 들어선다. 덜컹대며 도심을 달리던 기차의 추억은 사라지고, 철로가 있던 자리에 야생화 화원 같은 녹지와 갤러리 등의 문화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시는 폐선된 경의선 용산~가좌역 6.19㎞ 구간에 457억원을 들여 선형(線形) 녹색문화공원을 만들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녹지와 문화가 어우러진 '그린 파크'(green park)를 가늘고 길다랗게 만든 뒤 주변의 월드컵공원, 용산민족공원, 한강워터프런트(예정) 등과 연계해 서울 서북부의 그린웨이(greenway)로 꾸미겠다는 구상이다. 내년 착공해 2012년 완공할 예정이다.

내년 말 폐선될 경춘선 성북역(노원구 월계동)~서울·구리시계 6.3㎞ 구간에도 2012년까지 '도시숲 갤러리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서울 도심과 동북부에 모두 폐철로를 활용한 그린웨이가 생기는 셈이다.

녹색문화공원 홍대입구 쪽 대흥로~양화로 구간에 들어설‘한평 갤러리’가상도.

도화동엔 복사꽃, 대흥동엔 옹기원

녹색문화공원으로 조성되는 것은 용산구 문배동 용산구문화체육센터에서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좌역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지상 구간이다. 용산역과 가좌역을 연결하는 이 구간은 '용산선'이란 별도의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길이 6.19㎞의 경의선 폐철로 부근에 폭 12~78m의 여유부지를 확보해 총 면적 14만㎡의 녹지문화공원이 들어선다. 길쭉한 부지가 여러 지역을 지나는 만큼, 공원 조성에도 지역별 특색이 반영된다. 선형 공원은 크게 ▲용산구문화체육센터~대흥로(마포세무서 앞) ▲대흥로~양화로(홍대입구역 부근) ▲양화로~홍제천 ▲홍제천~가좌역 등 4개 구간으로 나눠 각각 특색 있게 꾸며진다.

공원 초입인 용산구문화체육센터에서 대흥로까지 2.74㎞ 구간은 '시간이 흐르는 길'로 꾸며진다. 옛 철로를 회상시켜주는 레일공원과 철길 산책로, 메타세쿼이아 길이 들어서고, 공원이 지나가는 동네의 유래를 담은 문화공간도 생긴다. 복숭아나무가 많아 복사꽃이 만발하는 봄이면 무릉도원처럼 보였다는 마포구 도화동에는 이를 재현한 '도화원'(桃花園)이 만들어진다. 옹기를 구워 파는 사람이 많아 '독(甕)마을'로도 불렸던 마포구 대흥동에는 '항아리원'이 꾸며진다.

경의선 녹색문화공원이 시작되는 용산구 문화체육센터 부근에 들어설‘메타세쿼이아 길’의 가상도.

서강대·신촌·홍익대 부근을 지나는 대흥로~양화로 1.87㎞ 구간의 주제는 '꿈이 피어나는 길'이다. 3.3㎡ 작은 공간에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한평 갤러리'와 '참문화광장' 등이 만들어지며 '홍대거리미술제' 같은 주변 대학의 문화축제도 연계된다.

주택가가 대부분인 양화로~홍제천 1.33㎞는 '여유가 묻어나는 길'이 된다. '한평 정원' '야생화 화원' '건강마당' 같이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녹지가 많이 들어선다. 홍제천~가좌역 0.25㎞ 구간은 '자연을 닮은 길'을 주제로, 숲과 오솔길, 쉼터가 생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에서 공덕역·서강대·신촌역·홍대 부근을 지나 서대문구까지 도심을 관통해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 이용하기 편한 산책로가 들어선다"며, "기차가 달리던 서울 한복판에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고, 도심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녹지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수송용으로 이용하다 2005년 폐선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해 경의선을 첫 준공한 것은 1905년의 일이다. 그러나 노선 전체가 제대로 만들어지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서울역에서 신촌~수색~신의주로 이어지는 현재의 운행선은 1930년대 완성됐다. 이후 20년간 서울과 신의주 사이를 연결하던 경의선은 6·25전쟁 중인 1951년 문산~개성 간 운행이 중단되면서 불완전한 노선이 돼버렸다.

1953년 휴전 뒤 서울시내에 있던 일명 '용산선' 구간은 화물수송용으로 운행을 재개했다가, 2005년 코레일이 경의선 복선전철화를 추진하며 폐선됐다. 지상철로가 기능을 잃은 대신, 현재 해당 구간 지하 20m에선 용산역~문산역을 연결하는 경의선 복선전철 공사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 중 용산역~상암 DMC(디지털미디어시티)역 구간의 공정률은 50% 정도다. 이보다 더 깊은 지하 40m 지점엔 공항철도㈜가 내년 말까지 인천공항철도 2단계 구간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