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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약재를 사러 갈 일이 있어 어제 저 아이를 하얼빈으로 보내려는데, 안 선생이 전보를 보내셨더구려. 출발을 하루 늦추되,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고 기다리게 하였소. 이제 하얼빈에서 무슨 통변(通辯)을 시키시려는지 모르지만, 저 아이 노서아 말로 안 선생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소."

우덕순이 보니 유경집은 안중근이 왜 하얼빈으로 가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안중근이 유동하에게 거사를 암시한 것도 수분하(綏芬河:포그라니치나야)에서 하얼빈으로 가는 기차 안이었다. 만일에 대비해 따로 떨어져 앉아 가던 안중근이 유동하를 승강구 쪽으로 가만히 불러내 물었다.

"작년에 의병을 일으켜 국내로 치고들 때 너를 데려가지 못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어떠냐? 다시 의병을 일으킨다면 이번에도 따라나서겠느냐?"

"조국의 국권을 수복하는 길이라면 언제든 죽을 각오로 달려가겠습니다."

일러스트 김지혁

그로부터 십 년도 안 돼 독립전선에서 피를 뿌리고 애처롭게 죽어갈 운명을 예감하고 있기나 한 듯 유동하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오히려 안중근이 유동하의 열여덟 나이를 떠올리고 주저하는 마음이 일었다. 슬며시 한 발 빼며 무슨 암시처럼 한마디 넌지시 덧붙였다.

"우선은 노서아어 통변으로 너를 불렀지만, 어쩌면 우리는 독립군 특파부대로 하얼빈에서 적을 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에는 너를 빼놓지 않으마."

수분하에서 다시 끊은 기차표가 삼등이라 그랬는지, 안중근과 우덕순, 유동하 세 사람이 하얼빈 역에 내린 것은 다음날 밤 아홉시가 넘었을 때였다. 마차를 잡은 유동하는 기차역에서 십분 거리쯤 되는 레스나야가(街)에 사는 김성백이란 사람의 집으로 데려갔다.

김성백은 함경북도 종성이 고향인데,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러시아 땅 우수리스크로 옮겨가 거기서 자랐다. 어른이 된 그는 러시아에 귀화하여 치흔 이바노비치 김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동방정교(東方正敎)를 믿어 정식으로 세례까지 받았다. 이태 전 하얼빈에 와서는 청부업자로서 동청철도(東淸鐵道) 건설에 참여하는 한편, 러시아어 통역으로 일해 기반을 잡았다. 또 그해 7월 말 하얼빈에 사는 조선인 70여명이 모여 한민회(韓民會)를 결성하였을 때는 회장으로 뽑혀 하얼빈에 사는 조선인들의 권익을 지키는 데 앞장섰다.

김성백은 유동하와 사돈뻘이 되었다. 곧 유동하의 두 살 아래 여동생 유 안나가 김성백의 넷째 동생 김성기와 정혼한 사이였다. 거기다가 김성백의 셋째 동생 김성엽은 방금도 중병이 들어 수분하에 있는 유동하의 아버지 유경집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따라서 두 집안은 사돈뻘이라도 남다르게 친한 사돈뻘인 셈인데, 유동하는 그런 김성백의 집으로 안중근과 우덕순을 데리고 가 함께 묵기로 했다.

그때 김성백은 나이 서른둘로 안중근보다는 한 살 많았다. 안중근과는 수분하에 있는 유경집의 집에서 한번 만났을 뿐이었으나, 독립지사로서의 안중근을 높이 치고 있는 사돈 유경집 때문에 그 또한 안중근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다. 유동하가 안중근과 우덕순을 데려가자 반겨 맞아주었다. 그러잖아도 김성백의 집은 '언제나 사람이 모여드는 집'으로 알려질 만큼 갈 곳 없는 한인들이 몰려 신세 지고 가는 집이었다.

김성백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안중근 일행은 다음날 일찍 그 집을 나왔다. 김성백과 그 가족들은 친절하게 대해주고 이른 아침까지 지어먹였으나, 그 집은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 되도록 남의 이목을 피해야 하는 안중근 일행이 묵기에는 마땅치 않았다.

"부근에 어디 우리 세 사람이 자연스레 모여 앉아 얘기할 만한 곳이 없겠나?"

김성백의 집을 나온 안중근이 하얼빈 지리를 잘 아는 유동하에게 물었다. 유동하가 안중근의 말뜻을 알아듣고 가까운 하얼빈 공원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곳도 젊은 조선인 셋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거사를 의논하기에는 합당한 장소가 못되었다. 그때 마침 눈에 들어온 이발소를 가리키며 안중근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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