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쉐프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나, 둘, 셋…이전 레스토랑에서 연봉을 5000만~6000만원쯤 받지 않았느냐는 추측에 최현석 쉐프는 인터뷰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초 이상 침묵했다.

“그래도 비슷하게 보셨네요. 사실 제가 굉장히 대접을 잘 받아서 그 정도예요. 비슷한 경력의, 소위 청담동의 유명 레스토랑의 쉐프들은 그보다 못 해요.”

경력 20년에 가까운 주방장의 월급이 300만원 선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음식값에 비해서는 다소 박한 처우였다.

◆ 배고픈 스타쉐프는 롤 모델 될 수 없어

“오너들은 하루, 하루 매상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해요. 그 입장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쉐프 입장에서 받는 스트레는 심각해요. 매일매일 소모되는 기분이거든요.”

이런 현실 때문에 최현석은 많은 ‘스타급’ 쉐프들이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주방에서 요리만 하던 탓에 경영 마인드도 없고, 월급쟁이 주방장 생활을 하다가 보면 자신의 미래 구상을 할 만한 여유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함께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젊은 친구들은 ‘최현석’ 만큼 되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제가 그들에게는 ‘롤 모델’인 셈이죠. 하지만 정작 저 자신은 민망하고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여러 가지로 부족할 뿐더러 무엇보다도 아직 스스로도 배가 고프니까요.”

◆ 외식 문화가 변해야 ‘양아치 요리사’들도 걸러져

최 쉐프는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값에 거품이 있다는 주장에 반대했다. 삼겹살 회식을 해도 1인당 2만~3만원 먹는데, 그 두 번이면 이탈리안 코스 충분하다는 논리였다. 오히려 그는 “우리나라 외식문화가 ‘아직도 한끼 때우기’에 치중한다”고 지적했다.

“유명한 공연이나 전시회에 비싼 입장료 내고, 좋은 옷 입고 가잖아요? 근데 밥 먹으로 올 때는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도 반바지나 슬리퍼 신고들 오죠. 이건 다이닝(dining)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고 볼 수 밖에요.”

그는 외식 문화의 변화가 음식값의 거품도 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요리계의 양아치’들을 소비자들이 걸러줘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소위 청담동에도 엉터리 레스토랑 많아요. 랍스터(바닷가재) 파스타 팔잖아요? 랍스터가 아니라 새우를 비슷하게 잘라서 랍스터 껍질로 문질러서 내놓는 집들도 있어요. 향이 비슷하게 나니까 일반인들은 잘 모르거든요. 자주 드시다 보면 그런 ‘양아치’들을 잡아내실 수 있죠.”

◆ ‘식객’의 봉주와 성찬을 넘어서

인터뷰 내내 최현석 쉐프는 자신에 대한 ‘비교’나 ‘유추’에 잘 수긍하지 않았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된 만화 ‘식객’에서 같은 요리사지만 사업가 기질이 많은 봉주, 장인정신에 치우쳤던 성찬 모두 자신의 롤 모델은 아니라고 했다.

“외국 관광객들이 오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어요. 다들 한국에 와서는 한정식만 찾잖아요? 하지만 일본에 가서는 이탈리안, 프렌치 다 가죠. 외국인들이 올 만한 레스토랑을 차리고, 그 다음에는 세계 무대로 나가고 싶어요.”

큰 꿈이었다. 그러자면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꼬르동 블루’(프랑스), CIA(미국), ICIF(이탈리아) 수료증 중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여전히 최쉐프는 단호했다.

“그런 ‘꼬부랑 글씨’ 종이는 별로…다만 외국어 실력은 좀 부럽죠. ‘분자 요리’ 들여와서 유명했던 친구가 하나 있는데, 지금 또 일본 가서 뭔가 구상하는 것 같아요. 저도 열심히 공부하려구요.”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던 최 쉐프는 “준비 중인 레스토랑에 대해 별로 이야기를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현존하는 어느 레스토랑에 가까운지 예를 들어달랄 때에는 “국내에 없는 컨셉이라서요…굳이 비교한다면 살바토레 쿠오모 정도”라고 인색했지만, 막상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굳이 되묻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국의 미식가들에게 행복을 준, 앞으로는 세계인들을 놀래키겠다는 최현석 쉐프의 창의성을, 그와 함께 작은 햄버거 가게에서 토종 스타쉐프의 꿈을 이루어가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제 햄버거는 '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