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멕시코에서 신종플루를 처음 발견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신종플루의 2파(波)가 전 세계를 공습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다시 확산 일로에 있고 아시아지역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신종플루의 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신영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은 30일 본지와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은 지난 5~7월 감염자가 속출하는 1파를 겪었고 지금은 2파를 맞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제 1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본격적으로 추위가 오면 감염자가 더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호주 등 서태평양지역 30개국 18억 인구의 보건에 관여하는 WHO 최고책임자로 지난 2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 본부의 사무처장으로 부임했다.

신 처장은 "인플루엔자는 기온이 떨어지면 활동력이 올라가는데 실제로 이미 겨울이 온 몽골지역에는 지금 신종플루가 무섭게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2~3주 전 한 명에서 시작한 감염자가 순식간에 1000여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반면 여름이 오고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전염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고 신 처장은 전했다.

그는 현재 24시간 가동되는 마닐라의 상황실에서 각국의 신종플루 감염자 발생 현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와도 매일 화상회의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영수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은“본격적으로 추위가 오면 신종플루 감염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처장은 서태평 양지역 30개국 18억 인구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다.

―WHO는 신종플루의 독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겨울독감과 같거나 낮다고 본다. 인구가 약 2000만명인 호주가 지난겨울 백신 없는 상태에서 약 200명이 신종플루로 사망했다. 겨울독감과 비슷했다." 호주 사례를 적용한다면 인구 4800만명인 우리나라는 480명 정도의 사망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백신 접종효과 덕을 볼 수 있고 초기 대응체계를 갖추면 희생자 수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만 우려되는 것은 신종플루가 간혹 건강한 사람의 폐에 깊숙이 침투해 신속히 폐렴을 유발한다는 점"이라며 "WHO가 그 이유를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평소 행동은 얌전하지만 종종 돌출 행동을 하기 때문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신 처장의 권고였다.

―사람들은 신종플루가 언제 끝날지 가장 궁금해한다.

"백신 접종이 대량 이뤄지고, 그사이 많은 수가 앓고 지나가서 인구의 약 30%가 면역력이 생기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년 1~2월 정도가 되면 소강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플루가 치사율이 높은 조류독감과 합쳐지는 게 제일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래서 우리는 조류독감이 많은 인도차이나의 메콩강 지역과 중국 남부를 세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 둘이 합쳐진 변종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백신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고 하자 그는 "신종플루 백신은 지난 60년간 안전하게 사용돼 왔던 겨울철 인플루엔자 백신과 원료구조가 거의 똑같고 같은 방식으로 제조됐다"며 "백신을 맞지 않으면 더 큰 희생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처장은 "그나마 한국은 자체 생산 백신을 공급하지만 많은 저개발 국가는 백신 확보를 거의 못하고 있다"며 "전염병은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한국이 급한 불을 끄면 국제 공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