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은 22일 서울에서 열린 연례 안보협의회에서 처음으로 북핵에 대한 '확장억지력'의 구체적 수단을 공동성명에 명문화했다. 미국은 앞으로 핵우산뿐만 아니라 재래식 타격 능력과 미사일방어(MD)를 혼합해 북핵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한반도 위기 시 세계 전역에서 동원 가능한 미군 병력과 능력을 한미 연합 방위를 위해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증강 배치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군의 전시 증원 전력은 주로 미 본토와 주일 미군 중심이었으나 이를 전 세계의 미군으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전시작전권 전환으로 미군의 전시 증원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안보와 한미안보조약 이행에 대한 의지를 보다 더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아프가니스탄전 지원에 대한 구체적 표현을 피함으로써 이 문제는 한국측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공동성명의 16개항 전체 어디에도 미국의 한국 방위 의지를 의심할 만한 대목은 없다. 그러나 이 강력한 안보 문서를 앞에 놓고서도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한반도 현실이다.

지금 한반도 평화의 최대 위협 요인은 북핵이다. 앞으로 북핵 문제는 지지부진한 협상 속에 북핵 보유가 점차 기정사실화되는 방향으로 가든지, 아니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한반도의 정전(停戰)체제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하는 두 길 가운데 어느 한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북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돼 갈 경우에 미국의 선언적인 확장억지력만으로 대한민국의 정치·군사·경제·심리적 안보가 충족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변경할 경우에도 우리는 대한민국 출범 이래 최대의 안보적 격변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다시 한번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 17일로 못박았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를 "역사적 변화"라고까지 했다. 북핵만 없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양국은 앞으로 군사적 준비 상황을 전작권 전환 시기에 반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군사 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외교·경제·심리적 요인까지를 고려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만에 하나 핵을 버리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다면 그 대가로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급소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북핵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한미동맹의 수정을 양쪽에 놓고 미국의 국익을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를 지금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가 정말 흉금을 터놓고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면서 한미동맹의 앞날을 논의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체제 나아가 한국과 북한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와 엮어갈 동북아 평화체제의 밑그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