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제공

"지난 두 달간 자정 전에 집에 들어가 본 날이 거의 없습니다. 학교 선·후배, 기업체 관계자 할 것 없이 안 만나본 사람 없이 만나고 다녔는데 영 반응이 시큰둥합디다."

성균관대 이명학(54) 사범대학장은 8일 "돈 걷기가 참 힘들더라"고 했다. 이 학장이 모금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오는 22일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에서 '한글백일장'을 열기 위해서였다.

성균관대는 2007년부터 매년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에서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백일장을 열고 있다. 이 학장의 아이디어였다.

"2007년 한류(韓流) 열풍이 불었을 때 문득 '나도 어렸을 때 홍콩 영화를 보며 중국어 공부를 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류 붐이 한글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거죠."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 1회 대회 예선에는 중국 전역에서 2000명이 참가했다. 베이징에서 열린 본선 때는 중국 내 49개 대학에서 올라온 학생 50명이 경합했다. 2~3회 대회 때는 예선 참가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4회 백일장,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5회 백일장도 호응이 컸다.

이 학장은 "한 번 대회를 치를 때마다 약 7000만원이 든다"고 했다. 참가 대학생과 지도교수의 왕복 교통비와 숙박비 등이다. 성균관대 예산으로 2000만원을 해결하고, 나머지는 후원을 받는다. 이 학장은 "타슈켄트 대회도 학교에서 200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멀고 외딴 도시에서 열리는 행사라 나머지 경비를 선뜻 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이 학장은 대기업과 문화재단 등을 돌며 4000만원을 모았다. 그래도 1000만원이 부족했다. 결국 이 학장이 호주머니를 털었다.

이번 대회 후원자 중 한 명인 남일(51) 한국프라마스 대표는 "'해외 방방곡곡에 한글을 알리려면 한글백일장이 꼭 필요하다'는 이 학장의 열의에 전염됐다"고 했다. 1회 대회에서 1등을 한 중국인 정양(23)씨는 현재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 중이다. 정씨는 "한글백일장은 한국어를 배우는 아시아 학생들이 꼭 참가하고 싶어하는 대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