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에 비해 한국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나, 최근 불붙은 대학 총장들의 리더십 경쟁이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빠르게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와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가 공동 실시한 '2009년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47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의 명문 대학들 순위가 일제히 올라갔다. 서울대의 지난해 순위는 50위였다.

가장 권위 있는 글로벌 대학평가로 인정받는 '더 타임스·QS 세계대학평가'의 올해 순위에선 서울대에 이어 카이스트(작년 95위→올해 69위), 포스텍(포항공대·188위→134위), 연세대(203위→151위) 등 4개 대학이 세계 200위권 안에 올랐으며, 고려대(236위→211위)도 200위권 진입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 대학이 50위 안에 들거나, 200위권에 4곳이 랭크된 것은 세계대학평가가 시작된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작년 평가에선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 3곳만 200위 안에 들었다.

글로벌 대학 순위는 하버드대(미국)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2위 케임브리지대(영국), 3위 예일대(미국), 4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영국), 5위 옥스퍼드대(영국)의 순으로 미국·영국의 전통 명문대학이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한국 대학들의 약진에 대해 QS의 벤 소터(Sowter) 평가 총괄책임자는 "(한국의) 대학 총장들이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제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선 2006년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취임하면서 시작한 카이스트 개혁 조치가 대학 간 경쟁에 불을 붙였다고 보고 있다. 카이스트에 자극받은 각 대학 총장들이 교수들을 경쟁시키고 캠퍼스 글로벌화 전략을 펼치면서 전반적인 대학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소터 총괄책임자는 "지난 5월 조선일보·QS의 아시아 대학평가에 이어 이번 세계대학평가에서도 한국 대학들의 저력이 두드러졌다"며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200위권 내 대학 수가 11개에 달하는 일본은 물론 중국(6개)·홍콩(5개)에도 여전히 뒤지는 수준이다.

QS(Quacquarelli Symonds)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설립자인 쿼커렐리와 시몬즈의 첫 글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세계 최고 권위의 '세계대학평가(World University Rankings)'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와 함께 2004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조선일보와 함께 '아시아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본지는 QS로부터 이번 세계대학평가 자료를 독점 제공받아 더 타임스와 동시에 평가 결과를 보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