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조건부 6자회담 복귀'를 언급한 것과 관련, 중국측은 "예상했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6자회담'이라는 표현이 하나 더 들어간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지난달 18일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방북했을 때에 김 위원장이 밝힌 "양자, 다자 대화에 나서겠다"는 태도에서 진전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복귀의 조건'으로 "미국과의 양자회담 진전 상황을 봐가며"라고 한 것도 중국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이 6일 평양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미북 대화는 6자회담과 모순되지 않으며, 하나가 다른 하나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각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미북 대화도 그런 노력의 일부"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당혹감을 반영한다. 그는 "과거 4자회담(남·북한과 미국, 중국)이든 6자회담이든 미북 양자 대화는 그 틀 내에서 이뤄졌다. 양자 대화가 6자 회담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은 그럼에도, "6자회담은 끝났다"고 선언했던 북한이 복귀의 가능성을 비춘 데 대해 안도한다. 상하이 통지(同濟)대 추이즈잉(崔志鷹) 한반도연구실장은 "6자회담이 당장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6자회담 복원에 서광이 비쳤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선 또 '조건부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북한 경제의 목줄을 쥔 중국의 변함없는 대북(對北) 영향력을 확인한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한다.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원 총리의 방북을 앞두고 "큰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다수였다.

이 때문에 원 총리는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고, 그런 측면에서 성과가 적잖았다고 본다. 김경일(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그랜드 바겐'과 '포괄적 패키지'를 내세우지만, 양국 모두 북한과는 신뢰 관계가 없다"며 "중국의 대북 경제협력은 그런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