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출판부들이 교양서 출간, 온라인 서점 개설 등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아온 서울대 출판부가 이름까지 바꾸며 변신 흐름에 동참했다.

서울대 출판부의 홈페이지(www.snupress.com)에 접속하면 팝업 창이 2개 뜬다. 하나는 서울대 출판부가 미국 워싱턴대 출판부와 공동으로 영문 출판용 원고를 모집한다는 안내문이고, 다른 하나는 주경철 교수(서양사학과)가 지난해 3월에 펴낸 《대항해 시대》 책 광고다.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2009년 CEO 휴가철 필독서'라는 띠지까지 그대로 노출돼 마치 인터넷서점 광고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학 출판부가 상아탑을 벗어나 더 많은 독자들과 호흡하기 시작했다. 출범 50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서울대 출판문화원이 김성곤 원장(오른쪽)과 형난옥 운영본부장(왼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편집회의를 갖고 있다.

서울대 출판부는 지난 4월 명칭을 '출판문화원'으로 바꾸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출판계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인 형난옥 전 현암사 전무를 운영본부장으로 영입해 실질적인 CEO 역할을 맡긴 것이다. 초대 원장 김성곤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학술서 편향을 탈피해서 교양서와 문화 관련서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0명 직원이 매년 신간 80종을 펴내는 서울대 출판문화원은 재직 교수들을 인센티브 개발을 통해 '1급 필진'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학 출판부의 변신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이다. 재학생 수가 18만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개방형 대학인 방송대 출판부는 2004년에 직제를 교재 부문과 단행본 부문으로 이원화했다. 브랜드도 따로 붙여 교재는 'KNOUPRESS', 학술서는 '에피스테메', 교양서는 '지식의 날개'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는 교재 부문이 150억원, 단행본 부문이 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식의 날개'가 펴낸 책 중 최대 베스트셀러인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은 누적 판매 부수가 3만부에 이른다.

이화여대 출판부는 1992년 출간한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을 누적 판매 20만부의 베스트셀러로 만들며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2004년 문학 전문 브랜드 '글빛'을 만들어 "대학 출판부는 학술서만 낸다"는 통념을 뒤집었고, 같은 해 온라인 서점을 열어 책을 할인판매하고 있다.

경희대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07년 '룩스 문디'라는 교양서 브랜드를 만든 데 이어, 대중을 위한 인문학 브랜드인 '룩스 후마니타스'도 준비 중이다. 도정일·최재천·김영하·김훈 등 스타 저자들을 섭외해 《글 쓰기의 최소 원칙》이라는 글쓰기 교양서를 펴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재인 《한국어 단어장》, 대학문화를 비판적 시각에서 본 《대학문화》 등 학생들이 기획부터 원고, 디자인까지 맡은 책도 곧 나온다.

성균관대 출판부는 한문학과 유학으로 출판시장의 틈새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2007년 완간된 《사서삼경》(전6권·이기동 유학동양학부 교수 지음)은 지금까지 1만부가 팔려나갔다. 성대 출판부는 해외시장도 공략 중이다. 중국·태국에 한국어 교재 《말하기 쉬운 한국어》(전6권) 등의 저작권을 수출했고, 최근엔 《사서삼경》 《논어》 등의 영역(英譯) 작업을 마치고 이를 수출할 외국 대학 출판부를 물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