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기자는 얼마 전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한 소비자에게서 제보를 받았다. A 제약회사의 렌즈 세척액을 샀더니 사용기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은 세척액 한 병을 두 달 가까이 쓰는데, 그렇게 되면 사용 중에 유효기한이 끝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취재 결과 내막은 이랬다. A사는 지난 7월 중순부터 새로 출시한 수입 렌즈 세척제가 1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면서 그 기념으로 하나를 사면 하나를 무료로 얹혀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비닐 팩으로 두 개를 묶어 하나 값에 판매했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덤으로 주는 제품의 사용기한이 두세 달밖에 안 남은 촉박한 것들이었다. 즉 사용기한이 많이 남은 정상 제품과 폐기 직전의 문제 제품을 한 개의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A사는 주로 안과용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미국계 제약회사다.

29일 기자가 서울 시내 안경원 두 곳에 들러 제품을 구매해보니 하나 얹혀준 제품의 사용기한은 2009년 10월이었다. 한 달 후면 사용 금지되는 제품들이다. 사용기한 표기도 제품 포장 바닥면에 있어서 웬만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는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통상적으로 사용기한 3개월 이내 제품은 소비자가 그 기간 넘어 사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는 것이 제약업계 관례다.

유효기한이 지난 세척액은 렌즈 소독과 세정효과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해선 안 된다. 소독이 제대로 안 된 렌즈를 눈에 넣을 경우 결막염 등 안구 감염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A사측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벤트 제품 회수가 늦어져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사의 이벤트 제품은 지금도 전국의 안경원과 '뷰티숍', 화장품 판매점 등을 통해 인기리에 팔려나가고 있다. 이렇게 팔렸거나 유통 중인 A사의 유통기간 3개월 미만 세척액은 5만~10만병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의류 재고품에서나 있는 줄 알았던 '땡 처리'를 제약회사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