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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듣기로 일본군은 이번 의병을 연추와 간도의 연합으로 잘못 알고 국경 북변인 회령을 요충으로 여겨 병력을 그리로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지금 경흥이 비다시피 하였으나,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간도 쪽 의병의 움직임은 없는데 연추의 부대들이 장고봉을 돌아왔다는 말을 들으면, 회령에 집결했던 일본군 수비 부대들이 다시 남하할 것이며, 한편으로 남쪽에서는 나남에서 급한 소식을 듣고 지원병이 올라올 것입니다. 따라서 자칫 여기서 머뭇거리다가는 아래위로 적을 맞는 꼴이 나고 맙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내의 눈길을 보니 일본군에 군속으로 부역한 게 켕겨 괜히 해보는 소리 같지는 않았다. 전제익도 얼굴이 누그러져 그 말을 받아들이며 장교들을 돌아보고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때 안중근이 나서 말했다.

"병(兵)을 발했으면 총검이 부딪는 것은 정한 이치, 그렇다고 한 번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소. 우리도 기민하게 움직여 적의 빈틈을 노리면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외다. 오늘 여기 일이 적에게 알려졌다 해도 아직 모든 게 속속들이 밝혀진 것은 아닐 터이니, 회령의 일본군 부대도 나남의 사단도 오늘내일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오. 연추를 떠나올 때 이미 고된 유격전은 각오한 터, 차라리 적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몇 군데를 더 휘저어 그들을 한껏 경동(驚動)시킨 뒤에 무산으로 빠지는 게 어떻소?"

일러스트 김지혁

그러자 이번에는 동의회 계열만 남은 탓인지 장교들 모두가 찬동해주었다. 이에 점령한 일본군 수비대 진지에서 하룻밤을 쉰 전제익 부대는 다음 날이 어둡기를 기다려 경흥으로 쳐들어갔다. 경흥 수비대 역시 상리 수비대와 마찬가지로 남은 병력이 많지 않았다. 거기서 안중근 부대는 다시 일본군 몇 명을 사살하고 진지를 점령하여 부술 수 있는데 부수고 불사른 뒤에 떠났다.

그다음 일본군 수비대는 신아산(新阿山) 부근의 홍의동(洪儀洞)에 주둔한 부대였다. 이미 소문이 들어갔는지, 원래도 다른 곳보다 수비병이 조금 많이 남아 있던 홍의동 수비대는 인근의 일본 민간인들을 끌어들이고, 경흥 관아의 지원까지 받아 의병들을 맞을 채비를 갖추었다. 관아의 지원이란 하급 관속이나 사정(使丁)들을 끌어다가 싸움을 보조하게 한 일이 그랬다.

하지만 워낙 주력이 빠져나간 탓에 아무리 보강을 해도 홍의동 수비대로 전제익 부대를 막아내는 것은 어림없는 무리였다. 싸움이 앞서보다 조금 치열하고 길어졌다는 것뿐, 끝내는 홍의동 수비대 진지도 온전한 중대병력이 넘는 의병부대의 공격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발악하며 버티던 일본군 여섯과 함께 날뛰던 민간인 여남은 명이 죽고, 일본군 서너 명과 주로 국경 근처에서 암거래하던 장사꾼들인 민간인 대여섯 명이 생포되었다. 거기다가 멋모르고 끌려와 일본군의 탄약을 나르고 진지 보수 공사를 했던 경흥 관아의 관속과 사정들도 한 두름에 엮여 끌려 나왔다.

안중근은 끌려온 포로 중에서 먼저 근골이 크고 멀쑥한 조선인 하나를 골라 물었다.

"당신은 누구며 어쩌다가 저들 일본인과 함께 포로가 되었소?"

"저는 경흥 관아에서 사정 노릇을 하던 이덕칠(李德七)이란 자이온데, 군수님의 명을 받고 여기 와서 일본군의 짐을 져 주다가 함께 잡혀오게 되었습니다."

그 말에 안중근은 다시 곁에 있는 조선인에게 같은 물음을 해보았다. 대여섯 모두가 어슷비슷한 대답이었다. 그러자 안중근은 그들을 풀어주게 하고 말했다.

"당신들이야말로 힘없는 나라를 둔 죄밖에 더 있겠소? 풀어줄 테니 다시는 일본인들을 도와 죄짓지 마시오. 그리고 그동안 지은 죄는 우리가 이곳을 떠날 때 짐꾼이 되어 우리를 도와주고 씻으시오."

그때만 해도 다른 장교들은 별말 없이 그런 안중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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