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 등 3개 공무원노조가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친 투표를 통해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했다.

11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 공무원노조가 탄생해 과격 노동투쟁을 자주 하는 민노총 산하로 들어가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이들과 정부 간에 각종 정책을 놓고 마찰과 갈등이 수시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노 손영태 위원장, 민공노 정헌재 위원장, 법원노조 오병욱 위원장과 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22일 밤 9시 서울 영등포구 민노총 1층 회의실에서 3개 공무원노조 조합원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10만9433명의 총 조합원 중 8만2911명이 투표(투표율 75.8%)해 '통합'에는 투표자 89.6%가, '민노총 가입'에는 68.3%가 찬성했다. 개별 노조 투표 결과를 보면, '통합'에는 민공노(92%)·전공노(87.9%)·법원노조(82.9%) 순으로, '민노총 가입'에는 전공노(71.9%)·민공노(65.9%)·법원노조(64.9%) 순으로 찬성률이 높았다.

전공노 손영태 위원장은 결과 발표 후 "반노동정책 등에 대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수 있는 공무원노조로 거듭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혀, 정부와의 마찰을 예고했다.

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오늘 투표로) 정부 고위관료들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불신이 명백히 밝혀졌다"며 "불미스러운 사건과 사회적 비판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민노총을 과감히 선택해준 공무원 동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후 꽃다발 전달식과 만세삼창이 이어졌다.

3개 공무원노조는 투표 결과에 따라 오는 26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양시청 대강당에서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가칭) 제1차 전국대의원회의'를 열어 임시의장 선출, 규약 제정 등 안건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어 오는 11월11일과 12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지도부를 선출한다. 12월12일에는 제2차 대의원회의를 열어 조직명칭을 확정하고, 부위원장과 회계감사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어 12월 말까지 통합노조 설립신고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3개 공무원노조의 투표 결과 발표 직후 '단호한 대응 의지'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에서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해 정치세력화 실현을 목적으로 투쟁적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민노총을 상급단체로 하겠다는 투표결과가 나온 데 대해 국민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민노총 소속 통합공무원노조가 정부의 대화 상대로 적절한지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또 "이번 투표 과정의 위법·불공정 투표 사례와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엄중조치할 방침"이라며 "향후 공무원노조가 민노총과 연대해 실정법을 위반하는 활동을 할 경우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새 정부 들어 공무원 봉급이 동결되고 공무원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이 진행된데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추진돼 공무원노조 가입 대상인 6급 이하 공무원들의 불만이 쌓인 게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합공무원노조가 정부의 각종 공직 개혁 정책의 발목을 잡기 위해 투쟁력 강한 민노총을 상급단체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통합공무원노조가 민노총 지시에 따라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정치투쟁, 이념투쟁에 몰두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공적 업무를 위임받은 공직자는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국가공무원법 등에 규정돼 있지만, 통합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민노총 지시에 따라 집회와 시위를 하다 보면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대처 방침을 세운 정부에 의해 대규모 징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공무원노조는 관련 법에 따라 단결권·단체교섭권만 있고 단체행동권이 없어 쟁의행위를 할 수 없지만, 통합공무원노조가 민노총을 등에 업고 쟁의행위 등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통합공무원노조 조합원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이 일선 지자체에서 '손발이 묶여'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는 통합공무원노조 조합원이 전교조 조합원과 함께 민노총에 내는 돈(의무금)이 한 해 27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불법 정치투쟁을 일삼는 민노총의 예산 86억원(올해) 중 31%가 공무원 월급봉투에서 나오는 건 부적절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핫이슈] '공무원 노조 민노총 가입'

▲본지 9월 23일자 등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기사에 대해 민주노총은 통합공무원노조는 합법적 영역에서 공직사회 개혁을 중심으로 활동할 것이며, 민주노총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따를 의무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민주노총 파업 현장에서 늘 국보법 철폐 등의 깃발이 나부끼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