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던 지난 5월 29일 저녁 8시30분쯤. 청와대 김백준 총무비서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그를 찾은 것이었다. 대통령은 앞서 오전 11시 장례식 참석, 오후 5시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 접견 등 일정을 마치고 7시쯤 관저로 퇴근한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김 비서관에게 "술 한잔하고 싶다. 청와대에 수석(비서관)들 누가 남아 있나. 있는 사람들 좀 와서 같이 한잔하자고 해라"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대부분의 수석은 외부에 나가 있었다. 김 비서관은 급히 이들의 위치를 수소문해 연락을 취했고, 1시간여가 지나 5~6명의 참모진이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의 '술벗' 역할을 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장례식장에서 민주당 백원우 의원으로부터 '살인자'라는 소릴 듣고, 거리에선 '대통령 퇴진'까지 외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기분이 매우 울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란 자리가 원래 편하게 술 마시며 마음 달랠 친구도 없을 정도로 외로운데, 당시 이 대통령도 부쩍 외로움을 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로부터 석달여 뒤인 지난 4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을 다시 청와대 안가(安家·안전가옥)로 불렀다. 이날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전날 개각(改閣)을 끝내고 경기도 포천·구리에 민생 탐방을 나가 시민들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은 직후였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으로 새로 임명장을 받은 수석·비서관들을 격려하며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날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10잔가량 돌았고 이 대통령과 참모진 모두 흥겨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석은 만취해 이 대통령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졸 정도였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중도실용, 친(親)서민 정책 등이 국민의 호응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크게 올라간 것이 이 대통령에게 힘을 준 것 같다"고 했다.

[한ㆍ미 최고권력 대통령실을 비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