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정 후보자 아들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사실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아들이 병역 의무를 마쳐 논란이 확대되진 않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정 후보자의 답변이 엉켜 사과해야 했다.

정 후보자의 아들 준택(31)씨는 정 후보자가 유학 중이던 1978년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시민권)을 자동 취득했다. 한국인 부모가 외국에서 낳은 자녀에겐 한국 국적도 자동 부여되는 우리 법에 따라 준택씨는 한·미 국적을 모두 갖는 '이중국적자'가 됐다.

준택씨는 1999년 육군에 자진입대했고 2001년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은 항상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고 당연히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관련 법은 '이중국적자는 병역을 면제받거나 필한 후 2년 안에 상대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준택씨도 제대 후 2년 안(2003년)에 한국과 미국 중 어느 한쪽의 국적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나 준택씨 모두 그런 법 규정을 몰랐고, 미국 국적 보유도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당시 어느 한 쪽의 국적을 선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정 후보자측 설명이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아들이 제대하고 나서 2004년 미국에 학생 인턴으로 가려고 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출생지를 '뉴욕'으로 쓰자 미 대사관에서 '미국 출신이어서 (당연히 미국 시민이므로) 비자를 내줄 수가 없다'며 비자를 거부당했다. 때문에 뉴욕 병원에 연락해 출생증명서를 받아 미국 여권을 만들어 미국 시민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다녀온 이후 아들이 나에게 미국 국적을 포기하자고 제안했으나 '미국에 유학 갈 수도 있는데 (미 국적자에 대한) 학비감면 혜택이 있으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했다"고 했다. 총리실은 이날 서면답변서에서 "(2004년 미국 국적을 얻었기 때문에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관련 법에 따라) 현재 준택씨는 한국 국적을 상실한 상태"라고 밝혔다.

문제는 정 후보자가 전날 '장남이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민주당 김종률 의원의 질문에 "제 아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단 말입니까"라며 반박하듯 물은 것이었다. 야당측은 "김 의원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한 것처럼 대답했는데 결국 하루 만에 드러날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이 병역의무를 마쳤다는 생각에 너무 강한 반응을 보인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 현재 한 증권회사에 다니는 준택씨는 정 후보자가 총리에 지명된 후인 16일 미 대사관에 미 국적 포기를 신청했으며, 조만간 한국 국적 회복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정 후보자는 밝혔다.

[핫이슈] 9.3 개각… 인사청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