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노조의 3개 공무원노조가 21~22일 투표에서 88% 찬성으로 통합을 결의하고 68% 찬성으로 민노총 가입을 결정했다. 공무원 노조가 민노총 산하로 들어갈 경우 벌어질 일에 대한 국민 우려에도 다수의 공무원이 그런 선택을 했다.

공무원노조가 지금 가려고 하는 길은 전교조가 밟아갔던 길이다. 전교조는 민노총이 1995년 설립됐을 때부터 산하연맹으로 활동했다. 2001~2002년 전교조 위원장을 했던 사람이 2004~2005년 민노총 위원장도 했다. 그는 지금 민노당 최고위원이다. 전교조는 민노총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같은 쟁점을 놓고 벌인 총파업에도 참여했다. 민노총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표방해왔다. 민노당 강령에 의해 당연직 대의원을 배정받을 정도로 민노당의 최대주주나 다름없는 위치를 갖고 정치활동, 이념투쟁을 해왔다. 조합원 11만명의 거대 노조 조직 공무원노조가 전교조처럼 이런 민노총의 산하단체로 들어간 것이다.

전교조는 지난 6월 18일 미디어법 강행 중단, 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 등의 주장을 담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정권과 대립하는 정파 집단이나 낼 수 있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전교조가 민노당과 한 몸뚱아리나 다름없는 민노총의 산하 노조 조직이라는 사실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민노총 산하가 된 공무원노조가 미디어법 반대, 대운하 중단 등의 요구를 내걸고 집단행동을 벌인다고 치자. 이 나라 정부에는 공식적인 위계를 따르는 공무원 조직이 따로 있고, 공무원노조가 조종하는 별도 명령계통의 공무원 조직이 또 하나 생기는 셈이다. 공식 위계조직은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집행하는 조직이고 공무원노조 조직은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비난하고 공격하는 조직이 된다. 이런 나라, 이런 정부가 온전히 돌아가겠는가.

공무원노조가 민노총 산하로 들어간 것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해보겠다는 뜻인 것처럼 보인다. 3개 공무원노조 중 이미 민노총에 가입해 있던 전공노는 정치 쟁점에서 진작부터 민노당·민노총과 보조를 같이했다. 작년 6~7월 촛불시위 때는 행정업무 거부선언을 했고 대통령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기도 했다. 민노총 산하로 들어간 통합 공무원노조의 앞길도 뻔하다.

올해만 22개 민간·공공노조가 도미노식으로 민노총을 빠져나왔다. 전교조도 한때는 조합원이 10만명 가까이 됐던 것이 지금은 7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현장 노조와 일선학교 교사들이 민노총과 전교조의 정치 일변도 투쟁에 염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전교조 초대 정책국장을 했던 교사 김대유씨는 지난 5일 "전교조는 제발 정치투쟁을 그만 하라"면서 전교조 탈퇴 기자회견을 했다. 민노총 산하로 들어간 공무원노조도 조합원들의 외면을 받게 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