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의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차명(借名) 재산 은닉' 의혹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 후보자와 부인이 서울과 인천의 재건축 아파트 2채를 차명 소유,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기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과 "처가(妻家) 일일 뿐"이라는 등의 이 후보자 반박이 팽팽히 맞섰다.

민주당 박영선·이춘석 의원에 따르면 1993년 이 후보자의 처남이 인천 구월동 주공아파트를, 2002년에는 이 후보자의 동생이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을 각각 구입했다. 공통점은 이 후보자의 부인이 이들 아파트에 모두 '매매계약 가(假)등기'를 해놓았다는 것이다. 매매예약 가등기는 집주인이 함부로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지 못하도록 '매매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가등기해 놓는 것이다. 실제 소유주인 가등기권자가 장부상 집주인 이름만 빌려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아파트의 경우 10년 만인 2002년 재건축이 결정되고 나서야 가등기가 해소됐고 서울 아파트는 2개월 뒤 가등기를 풀었다. 이 아파트들은 구입 시점에 비해 현재 값이 각각 3배, 2배씩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이 의원은 "후보자나 부인이 두 집의 실제 소유주지만 재산공개나 무거운 세금을 피하려고 동생과 처남 이름을 빌리고 이들이 딴 맘을 먹지 못하도록 가등기를 해놓은 게 아니냐"며 주민등록법과 조세법, 부동산실명거래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부인 명의 가등기는 청문회 전엔 전혀 몰랐다. 장모가 돈을 굴리는 분인데, 장모가 돈을 빌려주고 아내 이름으로 가등기한 것으로 법을 위반한 일은 없다"고 했다. 인천 아파트는 장모가 당시 32세였던 처남의 아파트 구입 자금을 대주고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딸인 이 후보자의 부인 이름으로 가등기를 설정, 10년간 두었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도 장모가 부인을 통해 사돈인 이 후보자 동생에게 구입비용 8000만원을 빌려주면서 담보조로 1억4900만원의 가등기를 해놓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후보자 해명대로라면 동생이 당시 주택담보대출이자율(8%)의 10배에 달하는 이자를 물면서 형수나 사돈어른에게서 사채를 썼다는 것인데 말이 되느냐"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장부에만 그렇게(1억4900만원) 기재됐지 (동생이) 그 돈을 전부 변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영선 의원은 "후보자 해명이 맞다 해도 장모가 실제 돈을 꿔준 사람이면서 딸인 후보자 부인 이름으로 가등기를 한 것은 가등기 명의신탁에 해당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라고 재차 몰아세웠다. 이러자 '법 위반'을 부인했던 이 후보자는 "법률 검토를 해보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하기 곤란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박지원 의원이 나서 "부인의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다면 후보자도 명의신탁 방조죄로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가세하자 이 후보자는 아예 "전혀 몰랐다"고 했다.

야당측은 "사돈 사이가 얼마나 어려운 관계인데 이 후보자 동생이 형에게 알리지도 않고 사돈 어른(후보자 장모)에게 돈을 직접 빌리고 그 사실을 형은 최근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 "어머니가 아들 집 사는데 돈을 보태주면서 10년 동안이나 가등기를 걸어놓고 가등기 명의는 또 딸로 해놓는다는 게 보통 있는 일이냐"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측도 '결정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