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에는 주민등록법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아예 폐지하라."(민주당 박지원 의원)

17일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비롯, 잇단 인사청문회에서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위장 전입 사실이 밝혀지자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는 한탄 섞인 비판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검사였던 1997년 9월 1일 부인과 장남이 실제 살던 서울 이촌동 아파트에서 서울 청파동 주택으로 주소지만 바꿨다가 1998년 3월 18일 이촌동으로 다시 주소를 옮긴 사실을 인정했다. 장남이 원하는 고교에 배정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위장 전입으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자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최근 법조계 인사청문회에서) 네 번째로 위장전입 문제를 거론하게 돼 나도 사실 민망하다"고 했다. 앞선 청문회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김준규 검찰총장, 민일영 대법관 등에게 모두 '위장전입' 문제가 있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박지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에 이르기까지 이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들은 '위장전입 클럽'에 가입돼야 추천이 되는 모양"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지키지 않는 법을 국민이 지키겠느냐. 주민등록법, 조세법, 부동산 실명거래법을 모두 폐지하는 게 어떤가"라고 했다.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도 "위장전입이 고위공직자가 되는 데 적격 필수 요건으로 둔갑해버린 것 같다"며 "고위공직자들에게 사문화(死文化)한 주민등록법을 아예 고위공직자는 예외로 하게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이에 이 후보자가 "법무부 소관 법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머뭇거리자, 노 의원은 "국민에게는 법을 지키라 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은 이렇게 하고, 어떻게 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하느냐"고 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검찰총장부터 대법관, 법무장관 후보자까지 줄줄이 위장전입을 한 것은 변명이 필요 없는 일이다. 부끄럽다"(박민식 의원), "공직자로서 자세에 문제가 있다"(이주영 의원)는 등의 질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