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인 여성은 반드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전사(戰士) 같은 외모를 해야 하는가. 여성 페미니스트가 화장하고 외모를 꾸미는 것은 잘못된 일인가.
김주현(42) 건국대 교양학부 강의교수는 "페미니즘의 공적 담론은 미적 금욕주의를 권장하지만 외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간극이 오히려 대중을 외모 지상주의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외모 꾸미기 역사와 의미를 서양 미술작품 등을 통해 탐색한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책세상)을 출간했다.
"일상생활에서는 끊임없이 여성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이 학문적 대상은 아닌 것처럼 여겨왔어요. 미학 연구자로서 하나의 대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김 교수는 "일부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이 주장하는 '미적 금욕주의'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외모를 꾸미는 것은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가부장제의 산물이라고 반발한 나머지 외모를 꾸미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여성 자신의 미적인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여성 신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면서 자신의 몸을 드러내며 스스로 만족하는 '나르시시즘' 역시 잘못된 전략이다. 김 교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여성의 주체적 권리라고 주장하는 이 같은 행위는 무엇이 아름다운지를 다시 가부장제 시선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가부장제 사회의 정형화된 아름다움의 경계를 허무는 '그로테스크 반(反)미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남성이 보기에 기괴하게 보일지라도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적인 욕구를 실현하고 사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외모 지상주의'에 쉽게 빠지는 것"이라며 "가부장제 시선에서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감춰진 에너지를 찾아야 하고, 미적인 초점을 다양성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