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광우병’의 영어 공동 번역자이자 감수자로 제작진의 왜곡 번역 문제를 제기했던 정지민(27)씨가 ‘광우병’ 편의 왜곡내용을 분석하고 제작진의 대응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을 냈다.

정씨가 낸 책 이름은 ‘주(柱), 부제-나는 사실을 존중한다’(도서출판 시담)로 오는 10월1일 출판될 예정이다.

정씨는 최근 인터넷카페 ‘정지민과 사실을 존중하는 사람들(cafe.naver.com/jjm100)를 통해 책 출간 사실을 공개했다.

정씨는 카페를 통해 공개한 책 머리말에서 “나는 PD수첩의 내부 고발자가 아닌 피해자”라며 “내가 제대로 감수까지 해준 번역 내용을 자막을 통해 변질시켰을 뿐 아니라, 번역한 내용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아예 무시하거나 왜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작년의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도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라고 밝힌 뒤 “어떤 자료를 보고 파악하는 것에는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허용이 가능한 오차의 범위가 존재한다”며 “나는 PD수첩 광우병 편의 제작진이 그것을 넘었다고 판단한다. 의식적으로 과장과 왜곡을 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나의 이러한 주장은 크게 보아 세 단계를 통해 밝힐 수 있는 문제”라며 “오역된 자막이 정말 실수였는지, 취재내용에 포함된 사실들을 제대로 반영하고 왜곡하지 않았는지, 나아가 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왜곡과 과장의 기획의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우선 오역자막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음은 번역과 감수를 담당한 내가 제작진이 자막내용을 오역으로 바꾸었다고 밝히고 제작진이 이를 부정하지 못하면서, 그리고 검찰수사를 통해 초벌번역문과 자막수정 시점이 공개되면서 이미 자명해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취재내용의 반영여부는, 내가 전략적으로 내가 본 내용을 밝히고 주장의 논리성에서 그들을 압도한 끝에 그들의 해명내용이 성립하지 않게 되면서 드러나게 됐다”면서 “마지막으로 PD수첩 제작진에게 적극적으로 현실의 과장이나 왜곡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앞의 두 가지를 통해서 자명해진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더욱 확실한 논증을 위해 제작진의 해명 내용과 행동을 모두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행위자가 사후에 자신의 행위를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근거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지, 또 그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지 등의 문제는 원의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나는 책의 본문에서 마지막 단계에 관한 논증에 집중했고, 부록에는 스크립트를 곁들여 제작진이 어떠한 오역을 자의적으로 했으며, 사실관계를 어떠한 식으로 왜곡했고, 또 어떻게 자료내용의 반영에 있어 불가한 취사선택을 했는지 낱낱이 기록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PD수첩의 광우병편이 내가 주장해온 것처럼 심한 왜곡보도이며 의도가 없이는 불가능할 만큼의 양적, 질적 오류가 있었는지 독자마다 스스로 근거를 갖고 판단을 해보기 바란다"며 "이명박 정권이나 정책에 대한 자신의 평소 신념이나 가치관에 기초하지 말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이 굉장히 크며 그 타당한 근거들이 PD수첩에 의해 보도됐고, 한국으로 수입될 쇠고기는 내수용과 다르게 위험하다'는 식의 보도가 거짓인지 아닌지, 또 그 보도를 구성한 논리가 성립하는지 아닌지, 사실관계에 있어 갖는 설득력을 기준으로 평가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